코딩하기

한 작은 교습소가 코로나를 견디는 방법 - 3

by 조현서

클릭을 하기 위해서 마우스 왼쪽을 눌러야 한다는 걸 모르는 교습소 선생님이 이틀 만에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컴퓨터를 가르치는 방식과 완전히 달라야 했다. 나는 컴퓨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보다는 완전히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코딩처럼 절차만을 완전히 주입시키는 교육이 필요했다. '컴퓨터 전원을 켜세요'가 아니라, '노트북 키보드 오른쪽 상단에 있는, 원의 상단에 직선이 조금 그려져 있는 아이콘을 누르세요"라고 가르쳐야 했고, 이 아이콘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의미하는 것인지, 크롬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이뤄진 원 모양의 도형을, 마우스 왼쪽을 한 번 누르기"로 알려드려야 했다. 선생님은 인터넷이 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ZOOM 인터넷 실행을 위한 공정을 최소화했다. 리스트를 만들었다.

1) 노트북 키보드 오른쪽 상단의, 원 상단에 직선이 살짝 그려져 있는 아이콘을 누르기

2) 화면이 켜지면,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이뤄진 원 모양의 도형을 마우스 왼쪽을 한 번 누르기

3) 왼쪽 상단의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 색깔의 작은 알파벳 옆을 마우스 왼쪽으로 한 번 누르기

4) Zoom.us 치고 엔터 누르기

5) 오른쪽 상단의 파란 글씨로 적힌 '내 계정'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6) 진행하는 수업 시간 위에 마우스 커서 올려놓기

7) 오른쪽에 나타나는 파란색 박스에 흰색 글씨로 적힌 '시작'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8) 팝업 창에 나타나는 'Zoom Meetings 열기'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9) 팝업 창에 나타나는 파란색 박스 안에 흰 글씨로 적힌 '컴퓨터 오디오로 참가'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10) 화면 위에 나타나는 얼굴 위에 마우스 커서 올려놓기

11) 아래쪽에 나타나는 참가자, 채팅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12) 오른쪽에 나타나는 수강생 이름 확인하고 옆에 나타나는 '수락' 버튼 마우스 왼쪽으로 누르기

13) 수강생 마이크 테스트하기

회의 예약, 로그인 같은 부수적인 작업은 일단 전부 내가 세팅해 놓고, 강의 실행을 위한 과정 리스트를 만들고, 계속해서 반복시켰다. 컴퓨터 활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어떤 키보드를 누르고, 마우스 왼쪽을 눌러야 하는지 오른쪽을 눌러야 하는지까지도 리스트에 명시해야 했다.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조작할 줄 안다면 10분 정도에 끝날 일이, '어디를 눌러야 하죠?', '이게 갑자기 꺼졌는데요?' 등 몇 차례 질문이 오가자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줌 프로그램 실행에 한 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그래도 성공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계속해서 위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 위 리스트를 수행할 때는 선생님의 질문이 쏟아졌다. '갑자기 꺼졌는데요.', '어디를 눌러야 하죠?', '갑자기 화면이 없어졌어요.', '한글을 영어로 어떻게 바꾸죠?', '전 화면으로 어떻게 되돌리죠?' 등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각 질문을 해결하면서(해결이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행동이었지만), 각각을 해결하는 방법을 메모할 것을 제안했다. 교습소 선생님은 충실하게 메모했고, 반복할수록 질문과 메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세 시간의 반복 학습을 하고 난 뒤, 선생님은 검지 손가락 두 개 만으로 위 공정을 10분 만에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시간이 반이라는 격언을 몸소 느꼈다.

위 과정을 10분 내로 할 수 있게 된 후로 시범 수업을 진행했다. 내가 학생으로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을 수강하면서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지 판단했다. 화면과 음성에는 별 문제없이 수업은 유려하게 진행되었다. 세팅을 갖춰 놓고 난 뒤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일단 학부모들의 ZOOM 프로그램 관련 문의는 내가 해결하는 것으로, 선생님은 학생들을 집중시키고 수업 진행에 온 힘을 다하기로 말을 맞추고 학부모님께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예의를 갖춘 장문의 문자였지만, 요지는 단순했다.

12월 28일까지, ZOOM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일단, 첫 수업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다음 날, 나는 예상치 못한 전화 세례를 맞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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