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은 교습소가 코로나를 견디는 방법 - 4
일단 첫 날은 중학교 2학년 학생들 반 수업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컴퓨터를 혼자서도 능숙하게 활용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수업에 가장 익숙한 학년이었기에 교습소 선생님에게 가장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최근 대부분의 학원 또한 줌, 구글 혹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2.5 단계 이후로는 온라인 수업 방식이 강제되었기에 학원을 다니는 중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나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일단,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학생들 반을 먼저 진행하고, 수업을 진행했을 때 문제가 없을 시에 초등학생 고학년, 마지막으로 저학년 반으로 온라인 수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수업 15분 전부터 교습소 선생님 옆에서 대기했다. 6명이서 듣는 중학생 강의였지만, 선생님은 마치 600명이 듣는 대형강의에 임하는 것처럼 보였다. 침을 연속해서 삼키고, 손 깍지를 끼고 비비는 등 명백한 긴장의 신호가 하나둘 계속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게 선생님은 계속해서 "별 문제 없겠죠?" "들어올 수 있겠죠?"라고 계속해서 물었다. 나는, "아직 10분 넘게 남아서 안 들어온 걸 거에요"라면서 계속해서 안심시켜야 했다.
교습소 선생님의 시침이 오후 3시 55분을 가르키는 순간, 한 학생이 들어왔다. 줌 상단에 'oo학생이 입장하였습니다. 수락/반대'라고 적힌 흰 색 팝업이 보였다. 선생님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게 여러 번 트레이닝을 해도, 실제 상황이 된 순간 머리가 하얘진 것이다. 이 전에 내가 직접 만든 노트로 몇 십번 반복한 트레이닝도 스트레스와 긴박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수락'을 누르면 들어오게 된다고 차분히 다시 알려드렸다. 선생님은 학생이 초대되자, 긴박감과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모양이었다.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큰 소리로, 'oo 학생, 오랜만이에요. 들려요?'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학원 안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불행 중 다행이도 학생들이 모두 다 링크를 타고 잘 들어왔다. 이미 학교에서 다른 방식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경험해본 학생들에게 줌은 또 다른 프로그램일 뿐이지, 전혀 새롭지 않고 익숙한 방식이었다. 능숙하게 시간에 맞춰서 들어와서 자신의 노트북과 마이크를 점검했다. 빠르게 적응하는 중학교 학생들 때문이었을까? 선생님도 어느새 긴장을 떨쳐내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나는 하이파이브를 쳤다. 온라인 수업으로 당분간 수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우리 둘 다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기가 찾아온 건 이 수업 바로 다음 시간의 중학생 수업이었다. 첫 수업의 성공에 선생님과 나는 둘 다 긴장감이 풀어져 있었고, 중학생이기에 줌 시스템을 이미 이해했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 패인이었다. 한 학생이 들어오지 못했고, 선생님은 내게 그 학생의 출입 관련 문제 해결을 일임하고 들어온 학생들의 수업을 먼저 진행했다.
이 학생은 30분이 넘게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계속해서 회원가입을 하는 법과 ID, 그리고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들어가지는 시스템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시스템에 대해서 인식시키고, 그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까지 전달해야 했다. 카톡으로 그 학생과 대화를 시작했다. 학생은 갑자기 회의실의 ID와 비밀번호를 요청했다. 물론 이 정보를 그대로 제공하면서 학생이 보다 빨리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학생이 같은 정보와 방식으로 수업에 접속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굉장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내가 학원에서 온라인 지원 업무를 그만 둘 때 모든 학생이 동일한 방식으로 ZOOM에 접속한다면 선생님의 온라인 수업 상담 영역이 굉장히 단축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지난 15년간 떨어져 있는 교습소 선생님에게 업무를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링크를 통해 접속하는 방법 하나 하나 모두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채 오는 '잘 모르겠어요, 회의 ID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데요'라는 카톡뿐이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께 설명하듯이 하나 하나 설명했다. 팝업창의 색깔과 크기, 그리고 위치도 세세하게 알려줬다. 결국 30분 만에 줌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 학생이 생각보다 늦게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업을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8시 반에 선생님과 나는 두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짝 소리 나게 치면서 서로의 노고를 인정했다.
한 학생이 줌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단순히 그 학생이 온라인 강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는 점점 더 편중되는 지식의 창구를 시사한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다른 종류의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대부분 차단된다. 펜데믹 상황에서, 특정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편중과 그로 인한 접근성 차이 발생, 그로 인한 권력의 차별적 분배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걸 느꼈다.
내 깨달음과 별개로, 다음 날, 초등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날, 내 전화 수신번호 칸에는 내가 한 번도 본적 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화번호로 가득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