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의 전화통화

한 작은 교습소가 코로나를 견디는 방법 - 5

by 조현서

중학생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에 언급한 교습소 선생님의 열의와 내 기술적인 도움도 있었지만, 다음 주에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의 공부하겠다는 열의도 성공적인 수업에 한몫했다. 학생들이 대부분 수업을 열심히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교정을 할 필요 없이, 학생들의 각 학교의 시험 범위와 시험 경향을 전달하고, 문제 풀이를 하는 데 집중하면 되었고, 나 역시 전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던 한 학생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법을 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 학생도 수업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는 학생이라기보다는,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 접속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즉, 학생, 선생님, 그리고 나 모두가 참여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수업이었다.

초등학생 수업은 달랐다. 컴퓨터 활용 능력과 온라인 강의를 위한 프로그램 이용에 관한 지식과 그에 대한 이해도가 중학생에 비해서 훨씬 낮았다. 게다가, 훨씬 더 주위가 산만한 학생들이 많았다. 주위가 산만한 학생이 많다는 것은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지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나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기술상의 문제인지,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zoom'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수업 그 자체에 집중을 잘 못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했다. 즉, 중학교 수업에 비해서 선생님과 나 둘 다 모두 학생들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했고, 이는 더 큰 체력과 집중력을 요했다.

초등학생 수업을 시작하는 날, 나는 그 어느 날보다 많은 모르는 사람과 카톡을 주고받았고, 끝을 알 수 없는 전화 세례를 경험했다. 선생님의 학생 모니터링을 도우면서 전화와 카톡 응대를 해야 했다. 카톡과 전화는 학생들에게 직접 오기도 하고, 학부모가 대신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식이 빨리 온라인 수업에 접속해서 공부를 하기를 바랐고, 맞벌이를 하는 경우는 특히 컴퓨터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다. 학부모가 전화하거나 카톡 하는 경우는 별다른 설명 없이 접속방식만 다시금 상기시키고 물어보는 내용에 답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었다. 컴퓨터를 잘 쓸 줄 모르는 학부모들의 경우도 나와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학생들과의 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생각보다 정말로 어려웠다. 극악의 난이도였다. 일단, 학생들이 내게 겁을 먹었다. 선생님이 전화로 나를 아무리 자세하게 소개해도, 나를 여전히 '낯선 사람'으로 인식했다. 내 말을 듣고 따르는 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를 이미 낯선 사람으로 인식해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에 대한 의구심 혹은 적대감이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아득히 넘어간 것이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정식으로 소개하고 학생을 지도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실제로 기사 취재를 위해 초등학생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했을 때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삼 학년 학생이 내가 선생님의 전화를 이어받고 난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순간 나는 비대면 환경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의 말을 듣고 따른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다 큰 어른에게도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다. 결국 몇몇 초등학교 3,4 학년 학생들은 수업을 수강하는 데 실패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마이크를 켜지 못해서 음소거가 된 학생이 몇몇 있었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해결되는 문제라서 채팅과 전화로 방법을 알려주자 바로 해결되었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실패였다. 내 만용이 실패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데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죄책감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 접속에 수업을 수강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과 나는 학생들의 부모님이 참석할 수 있는 시간에 ZOOM에 '테스트 강의'를 열어서, 한 번씩 무조건 들어오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학부모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학부모들도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학생들과 같았지만, 오히려 내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서 상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수월했다. 결국 오후 9시 반에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학생들이 ZOOM 온라인 수업에 접속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교습소의 가장 큰 변화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순간이었다.

선생님과 나는 테스트 강의를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학생들이 들어와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안심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가, 즉 교육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걸, 나와 선생님은 서로 알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이 작은 교습소는 이제 아주 작은 첫 발걸음을 뗀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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