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은 교습소가 코로나를 견디는 방법 - 외전 1편
최근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업계에 진입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유튜브 피식대학의 콘텐츠 'B대면데이트'가 떠올랐다. 영상통화로 데이트하는 남자를 만난다는 콘셉트로, 피식대학 개그맨들이 다단계 영업원, 중고차 딜러, 카페 사장, 래퍼로 변신해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콘텐츠다. 다른 여타 과장 위주의 개그 콩트와 달리 말투, 분장, 습관 등 전형적인 특징을 극한으로 현실적이게 묘사해서 공감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그중 이용주 개그맨이 연기하는 '차진석'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스스로를 수원 명석 중고차 이사라고 칭하지만 bmw 허위 매물을 통해서 광고하고,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수수료와 운행을 빌미로 80%까지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전형적인 양아치 중고차 딜러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고객을 등쳐먹는 중고차 딜러들이 꽤 많았던 것도 한몫한다.
중소기업이 고객을 등쳐먹는 운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경우도 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을 베껴서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 산업체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 M&A 같은 정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인력을 빼와서 거의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사례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M&A 문화가 활발하지 않고 기업 문화를 재벌이 주도하는 형국에서 꽤나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이 도덕적으로 중소기업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단적으로 시가총액이 500조를 돌파한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 노조가 없었다.
교습소는 어떨까? 슬프게도 교습소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사양사업이다. 일단 매력적인 대체제가 너무 많다. 유명한 강사의 좋은 강의를 찾고 싶으면 인터넷 강의를 선택하면 되고, 보다 짜임새 있는 커리큘럼을 선호하면 대형학원에서, 여러 과목을 한 번에 관리하고 싶으면 종합학원을 가면 된다. 보다 개인적인 맞춤 강의가 필요하면 과외를 받으면 된다. 교습소는 이 중 어느 측면에서도 완전히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계속 교습소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서 꼼꼼하고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이를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과외, 대형학원, 종합학원, 인터넷 강의라는 거대한 영토를 차지한 강대국 속에서 스위스처럼 자신만의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교습소다. 식민지로 전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여기, 200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아현초등학교 앞을 지키고 있는 서연수학교습소가 있다. 아현동 재개발을 직접 마주하면서 위치는 세 번 바뀌었지만, 17년간 아현초등학교 앞을 지키고 있다. 사실 꽤나 인기가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지금도 혹시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종종 오곤 한다. 보조교사 없이 혼자서 수업 진행 및 자료 준비를 모두 담당하기에 안타깝게 꽤 여러 건의 이러한 부탁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생각해보면 음식점도 17년 넘게 성황리에 운영하면 '원조' 타이틀이 붙고, 여타 미디어에서 소개하기 바쁘다.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습소 특성상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할 뿐이다. 서연수학교습소는 최소한 아현초등학교 근처에서는 '원조' 수학 교습소인 셈이다.
2020년 12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로 인하여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잠시 아현초등학교 근처를 떠나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 곁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서연수학교습소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17년째 교습소 운영을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선생님의 철학은 무엇일까. 선생님은 과연 본인이 일종의 대단한 '역사'라는 사실을 알까? 인터뷰 내용은 내년(다음 주)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