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의 팬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불편한 편지

<주토피아>가 주제의식을 대하는 태도를 한 번 살펴보자.

by 조현서

요새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는 아무래도 <주토피아>이다. 처음에는 박스오피스 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영화가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상당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무섭게 순위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1위까지 차지했다. 이 영화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와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콤비 플레이이다. 하지만 <주토피아>가 여타 디즈니 영화들보다 훨씬 더 나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주제의식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타파와 현 사회의 차별-역차별 구조의 비판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여타 최근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깊이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이 영화가 과연 이러한 주제의식을 올바른 태도로 다루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이 영화 세계관의 한계가 느껴졌다.


영화가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태도가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주토피아>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벨 웨더(제니 슬레이트)라는 캐릭터이다. 영화에서 라이온하트 시장(J.K. 시몬스)의 보좌관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나는 디즈니가 이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사실 나도 이 캐릭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관련 내용을 팟캐스트를 하면서 배영준 DJ님이 제기하신 문제점을 듣고 보니 벨웨더의 캐릭터가 영화의 방향성을 애매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온하트 시장과 벨 웨더 보좌관은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이다. 라이온하트 시장은 겉으로는 평등과 평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권위주의적이고 모멸적인 언행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다. 벨 웨더 보좌관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동물들의 대변인처럼, 온갖 횡포를 견디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벨 웨더 보좌관을 더 부정적이고 악독한 인물로 묘사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를 죽이려는 태도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차별을 당하는 자들의 대변인이라고 여길 수 있는 벨 웨더라는 캐릭터를 차별을 행하는 당사자인 라이온하트 사장보다 더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게다가 <주토피아>는 벨 웨더를 실제 이 사건의 전반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을 통해서 강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제를 좀 더 강조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물론 <주토피아>가 약자에 대한 차별과 강자에 대한 역차별에 대한 지점을 둘 다 꼬집지만 결국 영화의 막바지에서 교묘하게 사회적인 강자의 편을 든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주토피아>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혹은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고는 느낄 수 없었다.


벨 웨더 보좌관이 악역으로 전환되는 순간, 그리고 악역인 순간 보여주는 잔혹함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이 영화의 또 다른 한계는 사회의 여러 단면을 풍자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에서 각 동물에 대한 상징적인 특징을 그 종의 한계로서 묘사했다는 것이다. <주토피아>의 감독인 바이론 하워드와 리치 무어는 이 영화에서 동물들은 주토피아라는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동물들이 본인의 종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으로 묘사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회의 문제점의 원인으로서 제시한 장면도 있다. 이를 인간 세계와 비교해 보자면, 한 사회적 문제점이 그 인종의 본연적 문제점으로 회귀될 수 있다는 극도로 인종차별주의적인 주장으로 환원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리먼 브라더즈 은행을 패러디한 레밍 브라더즈 은행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주토피아>는 레밍 브라더즈에서 일하는 레밍의 본래 속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레밍을 앞 동료의 행동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순응하고 따라 하는 존재로 묘사하는데, 단 한 명의 레밍도 집단 내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레밍이 하는 행위는 무허가 아이스크림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장면이다. 레밍 브라더즈가 리먼 브라더즈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제기된 레밍들의 특성이 리먼 브라더즈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야기한 시장에 대한 무비판적인 사고를 상징한다고 여기는 것은 충분히 논리적이다. 결국 한 종의 특성을 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서 그려낸 것이다. 이는 <주토피아>가 말하고자 하는 '차별과 역차별의 철폐'라는 주제관과 정반대에 있는 지점이다. 또한 느린 행정 업무 처리를 나무늘보의 본연적 특성으로 풍자한 것 역시 대표적인 장면으로 언급할 수 있다. 물론 영화의 결말에서 우리가 나무늘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결국 한 사회의 부정적인 문제점의 원인으로 한 종의 특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특성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 부분을 단순히 귀엽다고 볼 수 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출처: www.cinemablend.com
상당히 재미있었던 이 장면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주토피아>는 인간 세상을 모델로 했다고 하지만 아메리카니즘을 역설적으로 가장 매력적이게 제시한다. 예전 여러 영화들이 미국의 정의를 설파한 것보다 훨씬 더 세련된 방식을 선보이는데, 그 방식은 바로 미국의 문화를 상당히 매력적이게 제시하는 것이다. 미국 요가 브랜드(lululemmings), 버버리, 나이키, 프라다, 아이폰, 미국과 같은 교통 시스템, 경찰 제복, 미국 백화점 Macy's의 패러디인 Mousy's, 우버 택시를 패러디한 Zuber, AT&T를 패러디한 PB&J 등 여러 미국 기업들의 모습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주토피아는 분명 '인간 세계'를 모방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을 모방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여러 장면들을 통해 '미국'을 '주토피아'와 충분히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결국 '주토피아'를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시선, 즉 차별과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바로 이 영화가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할 수 있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 세계'를 모방하려고 의도했다면 과연 '미국'의 기업 및 문화만 등장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여러 타국의 문화 또한 영화 내에서 비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진한 표정으로 여러 미국 기업을 멋지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나도 사실은 <주토피아>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이 리뷰에서 한계로 꼽은 여러 장면에서 엄청 웃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과연 이 영화가 옳은 영화인가?'라는 생각을 해 봤을 때 약간의 의문이 들었고, 영화 장면을 찾아보면서 분석을 하니 명백한 한계가 있는 영화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한 영화의 캐릭터가 웃기고 재미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영화라고 말하는 것보다 과연 이 영화가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사유하고 생각해보는 문화가 생기기를 바란다. 그 마음에 <주토피아> 리뷰를 작성했다.


사실 <주토피아>는 제가 진행 혹은 패널로 참여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에서 가장 최근에 다룬 영화입니다. 아직 피드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 내로 올라올 예정이니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한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팟빵 주소를 첨부합니다. 아이튠즈 및 아이폰 팟캐스트에서도 검색 가능합니다.)

(구독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0315



2016.03.26

어쩌다 예매한 열 번째 영화 <주토피아>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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