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영화의 반항아 <빅쇼트>

정보 전달을 목표하는 영화가 범하는 우를 영리하게 피하다.

by 조현서

<빅쇼트>가 최근에 미국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다시금 화제이다. 동명의 실화 바탕 책인 <빅 숏(Big Short)>을 각색했는데, 최근에는 이 책까지도 화제가 될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게다가 소재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미리 간파한 네 명의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가 어느 정도까지 비판의 수위를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등 영화의 여러 가지 면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빅쇼트>는 주제 의식이 정보 전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영리하게 극복하는, 연출과 각본이 돋보인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 아카데미 각색상이 전혀 아깝지 않은 대단한 영화이다.


정보 전달을 목표하는 영화가 범하는 우를 영리하게 피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우선 이 영화는 미국의 경제 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경제 위기를 소재로 다뤘다. 여기서 <빅쇼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등장하는 데, 바로 어려운 소재를 설명하는 부분을 이 영화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기발한 장점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도중 어려운 소재나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마다 익숙한 카메오가 등장해서 기막힌 비유로 그 상황을 설명한다. 그것도 본인 역할을 맡을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화면으로. 처음에는 마고 로비 (마고 로비 역)가 거품 목욕을 하면서 이 사태의 위험성을 설명해준다. 정말 섹시한 모습으로 마지막에 '그럼 꺼져요'라는 말과 함께. 두 번째는 셀레나 고메즈(셀레나 고메즈 역)와 안소니 부르뎅(안소니 부르뎅 역)이 그때의 상황을 포커를 치는 사람고 구경꾼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이것이 상당히 대단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이라고 일컬어지는 규칙을 무시하는 연출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방식은 영화의 캐릭터에 '이입'하는 것을 막고 오히려 '관조(alienation)'하게 만든다. 영화에 이입하게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은 관객이 '영화를 보다'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치 '관객이 캐릭터가 되어 영화를 경험한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쇼트>의 이러한 예시는 이 공식과 정 반대의 연출을 보인다. 그렇기에 중간에 등장하는 카메오 배우들의 멋들어진 비유가 곁들여진 상황 설명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화에 이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영화가 딱딱해지고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고 통통 튀는 느낌으로 변주시킨다. 또한 순간순간 영화에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결국 영화에 좀 더 쉽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아담 멕케이 감독님의 연출 방식은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한 집중과 통통 튀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영화 공식을 무시하지만,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빅쇼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캐릭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벤 리커트 이 네 명의 캐릭터가 겹치는 지점이 없어서 다양한 시선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우선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마이클 버리는 한 천재가 이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의 만류와 협박 속에서도 씁쓸한 성취를 달성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다. 스티브 카렐이 맡은 마크 바움이라는 캐릭터는 우리가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 중 하나로, 증권 시장에서의 의문점을 직접 발로 뛰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해서 가장 깊게 고민하는 캐릭터이다. 발로 뛴다는 측면에서 관객들이 이입하기 가장 쉬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여기 있는 네 명의 캐릭터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이러한 월가의 탐욕을 이용해 본인의 영달을 추구하려고 하는 캐릭터이다. 정의로움이라는 프레임이 주인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세속적이게 보일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영화를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든다.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는 이 상황을 관조하면서 돈을 버는 데 환호하고 있는 주인공들과, 그리고 그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관객의 뒷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서로가 다 다른 시각으로 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캐릭터가 전환될 때마다 흥미롭고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즉, 단 한 주인공도 단순히 소모되지 않은 채 모두 중요한 역할을 맡을뿐더러 한 사건을 바라보는 네 가지 프레임이 또한 모두 다 설득력이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제 몫을 한다. 그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자세 역시 설득적이지 않은 경우가 없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빅쇼트>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주인공들을 아담 맥케이 감독이 저글링 해나가면서 결코 주제의식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 처음에 나오는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서 한 번도 영화가 엇나가지 않는다. 네 명의 주인공과 향락 안에서만 놀고먹는 월가 직원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월가 직원이 단단한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을 부각한다. 특히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이 찾아가는 사치스러운 부동산 직원, 향략에 젖어 사는 스트립걸, 일 제대로 안 하는 신용 등급 매기기 담당자, 몇몇 은행의 지점장 등을 통해서 이러한 지점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과 월가의 은행에 관련된 인물이 대담을 가졌다는 것을 통해서 이미 월가의 핵심 인물은 이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게다가 이 경제 문제의 해결 방식을 또 국민의 혈세로 해결한다는 걸 마크 바움이 언급하면서 관객들의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즉, 단순히 정보 전달을 완수할 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을 통해 마음속의 울림이 있도록 성공적인 이야기를 훌륭한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마크 바움의 스토리의 결말을 맛본 관객들의 뒷맛은 씁쓸하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빅쇼트>의 유일한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지점은 네 명의 주인공 사이의 유대관계가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션스 일레븐 같은 케이퍼 무비 형식의 통쾌한 영화를 상상했다면 약간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마크 바움과 자레드 베넷이라는 캐릭터 사이에만 유대가 있을 뿐, 나머지 캐릭터들끼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심지어 같이 나오는 화면도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네 명이 힘을 합치는 재미, 버디 무비로서의 재미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지점을 마크 바움의 스토리와 재기 발랄한 연출로 영리하게 극복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거의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함께 나오는 샷이 많이 있지 않다. 그나마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이 같이 많이 나온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매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행태에 강한 비판을 표하는 바이다. <빅쇼트>에서는 일반 15세 이상 관람 영화에 비해서 외설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장면이 거의 없다. 수위로만 따지만 15세 이상 관람 영화보다도 덜하다. 그렇기에 미국 정부와 월스트리트가의 탐욕과 부정부패를 다루었다는 것 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얼마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혹은 이러한 경제 문제가 점화되는 것에 따른 대한민국 경제 문제의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말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본 행동이든, 아니든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사회 비판 영화이기에 청소년 관람불가라니.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지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이다.


사실 <빅쇼트>는 제가 진행하고 출연하는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이라는 영화 리뷰 팟캐스트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영화입니다. 시간이 날 때 한 번 팟캐스트를 듣는 다면 제 생각뿐 아니라 여러 다른 DJ 님들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315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 팟빵 주소를 첨부합니다.)

(아이튠즈 혹은 아이폰 팟캐스트에서 어쩌다 예매한 E열 16번을 검색해보세요!)


2016.03.20

어쩌다 예매한 아홉 번째 영화 <빅쇼트>

영화 읽어주는 남자 조현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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