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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31. 2018

034. 묘령의 여인.

21일부터 28 일까지 함께 한 묘령의 여인.

  21 일부터 28 일간 나는 묘령의 여인과 함께 다녔다. 이 여인은 최근 휴가를 내서 여행을 함께했다. 같은 숙소의 같은 방을 쓰고 같이 여행 계획을 세웠다. 프라하, 체스키크룸루프, 빈에서 계속 함께 다녔다. 서로한테 서로가 아는 정보를 설명해주면서 여행을 이어나갔다. 저녁을 같이 먹으며 인생 이야기도 나눴다. 여행의 대부분을 함께 한 묘령의 연인은 누굴까.

  같이 여행을 할 때는 가끔 귀찮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같은 관광지를 볼 때 따로 관람하자고 말했다. 서로의 템포가 다르니 자신이 보고 싶은 걸 원하는 만큼 못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행 날짜가 쌓여갈 수록 서로에 대한 불만 사항도 많아졌고 무신경해졌으며 결국 한 번 폭발했다. 언성을 높여가면서 싸웠다. 둘이서 여행을 오면 안 싸운다는 게 불가능하다는데, 나와 그 여인도 그 명제를 뒤집지 못했다.

  28일에 서울로 귀국한 묘령의 연인은 바로 내 누나이다. 솔직히 같이 여행했을 때는 혼자 여행하는 걸 기대했는데, 홀로 여행 4일 차인 지금 힘들다. 처음에는 신났는 데 2 일차 밤에 벌에 쏘여 대학병원으로 간 이후에는 뭘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 유럽의 이국적인 광경보다도 옆에 의지할 한 사람이 더 그립다. 새벽 2 시에 진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올 때 그보다 서러운 적은 없었다. 그제서야 누나에게 내가 꽤 많이 의지했다는 걸 깨달았다. 1 주일 동안 성질 드러운 동생 견뎌가면서 고생한 누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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