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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31. 2018

033.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오스트리아 황실 무덤 후기

  황실 묘지에 갔다. 오스트리아어로는 kaisergruft이다. 심장은 그 옆 성당 지하에 따로 보관한다. 육체는 편히 쉬어도 심장은 주를 위해서 봉사하라는 뜻인가? 종교는 어느 순간 사람을 오싹하게 한다. 물론 뇌피셜이니 실제 의도는 다를 수 있다.

  가장 눈이 띄는 건 꽃이었다. 몇몇 무덤의 앞에는 생화가 놓여있었다. 왜 꽃이 놓여 있을까? 꽃을 놓는 게 풍습이라면 왜 몇몇 특정한 관에만 놓을까?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안내 책자를 뒤져가며 꽃이 놓인 관들만 면밀히 살폈다.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꽃이 놓인 여자의 관이 남자의 관보다 훨씬 많았다.

  왜 그럴까? 단순히 여자여서 그런걸까? 여자가 남자하고 어떤 차이가 있었어서 여자의 관에 훨씬 더 많은 꽃이 놓인 걸까? 문득 이 글귀를 발견했다.

  아. 이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고나니 왜 꽃이 놓여있는 지 이해했다. 왕조의 존속이라는 국가적인 가치를 위해 16 명씩이나 애를 낳아야 했던 그대. 황제의 권위를 가지고 실제로 통치했지만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혼을 했어야만 하는 그대. 그러면서도 자신과 남편의 관을 함께 준비한 그대. 황실에서의 여성 억압으로 끝까지 불행한 삶을 산 그대. 1992년까지 입국을 거부당한 그대.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셨나요. 아니 지금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부디 이런 억압 없는 곳에서 푹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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