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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30. 2018

032. 벨베데레의 격한 환영

내 인생 중 이토록 엄청난 소나기는 처음이야

  1박 2 일이지만 벌써 정든 체스키크룸루프를 뒤로 하고 비엔나로 향했다. 첫 목적지는 벨베데레 궁전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프 서거 100 년 째 해인 지금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나는 굉장히 기대했다. 벨베데레는 궁전 정원부터 내 기대를 충족시켰다. 연못과 궁전은 거대하고 웅장했다. 클림트의 작품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넘쳤다. 사람들이 말하는 정도로 엄청난 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매력적이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피사체도 영원히 예술로 남은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상궁 관람을 끝내고 정원을 산책중이었는 데, 쥐도 새도 모르게 먹구름이 몰려왔다. 사진 찍느라 정신 팔려 먹구름이 오는 것도 몰랐다. 궁 앞에서 포즈을 취하는 바로 그 때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격렬하게 소나기가 찾아왔다. 마치 오스트리아 빈에 처음 온 날 격하게 환영하는 것처럼. 결국 격한 환대에 벨베데레 상궁으로 뛰어가 지붕 밑에서 환영인사를 멈추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우산이 있는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산을 쓰나 마나 비 맞는 양이 비슷할 정도의 비바람이었다.

  40 분 동안 격렬한 환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자 그제야 환영 인사가 좀 잦아들었다. 체코에 더 오래있는 걸 시샘하는 투정같았다. 환영 인사로 몸은 완전히 젖었고 마음도 완전히 젖었다. 체코에 비해 덩덜 기대했던 나 자신을 깊이 반성했다. 소나기를 반추하면서 그 다음날 어떤 날보다 더 열심히 비엔나를 탐했다. 비엔나를 떠나는 오늘까지 날씨가 맑은 거 보면 어느 정도 용서한 거 아닐까? 반가웠어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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