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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Jul 29. 2018

031. 축복은 우연히 찾아온다.

Wiseman Free Tour!

  대충 입고 나와 시간이 너무 아까워... 말 그대로 체스키크룸루프의 밤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누나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때 나는 Wiseman Free Tour를 갔다. 체스키크룸루프의 중요한 지역을 방문하며 역사의 자취를 훑는 여행이었다. 물론 오전에 마라톤을 뛰는 것 처럼 체스키크룸루프 구석구석을 탐했지만 역사를 알고 보는 건 다르지 않을 까 기대했다.

 투어는 정말 유익했다. 가이드 존은 체스키크룸루프와 여러 귀족 집안과의 관계, 현대 사회에서의 체스키크룸루프를 장소에 맞춰 유려하게 설명했다. 오전에는 단순히 사진찍기 좋은 휴양지로 느꼈다면, 밤에서의 투어로 그 공간은 중세시대의 숨결과 현대사의 격동을 모두 감내한 곳으로 변모했다. 이 작은 마을이 다시금 보였다. 역시 말해주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사실을 듣기 전까지의 지레짐작이 얼마나 사실과 다른가. 사람 관계랑 똑같다.

  투어가 끝나고 다같이 맥주를 한 잔 했다. 투어는 소나기 탓에 12 시가 거의 다 되서 끝났지만 그 조용한 체스키크룸루프에도 밤 늦게까지 여는 펍은 있다. 펍 고릴라에서 맥주를 한 잔씩 하며 서로를 소개했다. 아르헨티나, 스웨덴, 미국, 그리고 러시아 등 출신 국가도 다양했다.

  얘기 도중 국제 정세 문제를 누군가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트럼프- 김정은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대해서 나에게 질문 집중포화가 들어왔다. 한국과 북한이 어떻게 다른 가라는 초보적인 질문부터 징병제 체계 및 외교문제까지 다양한 질문이 들어왔다. 당황스러웠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를 꽤 흥미롭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내 옆에 앉은 스웨덴 출신 친구는 이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 친구에게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가만히 이 분위기에 젖으니 너무 행복했다. 맥주 한 잔에 재밌는 사람과의 대화. 인생은 이걸 위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축복은 우연히 찾아온다.

  와이즈맨 투어를 같이 한 두 분의 한국인이 더 있었는 데, 맥주집으로 너무 서둘러 가다보니 우리를 놓치신 것 같았다. 서울에서의 대학생과 영국에서 학위를 최근에 마치신 졸업생 자매이신데, 너무 미안하다. 같이 마셨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주변을 찾아봤지만 이미 사라지신 후였다. 앞으로 여행 잘 마무리하시고 하시는 일 다 잘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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