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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Aug 03. 2018

035. 만남과 행복의 알레고리

나 혼자 여행의 묘미

  누나가 빈에서 서울로 돌아가면서 홀로 남았다. 공항에서 배웅하고 뒤돈 순간 실감했다. 이제 혼자 남았구나. 외롭다. 수 많은 사람 속 가운데 나 혼자만 서있는 느낌.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지만 허상인 느낌. 물론 혼자인 건 나쁘지 않다. 명확하게 혼자의 여행을 혼자서 하기 때문이다. 가고 싶은 곳을 원하는 시간 만큼 온전히 집중한다. 내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하면, 온전히 그에 맞춰 계획을 세팅한다. 다른 변수는 없는 완전한 1:1 대응 함수다. 무언가를 투입하면, 그에 상응하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무언가를 얻는다. 그럼에도 나 혼자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역설적이게도 여행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 순간 여행은 일대일 대응을 초월한 다른 함수로 변모한다. 변한 함수는 너무나 복잡해져서 어떤 결과값을 얻을 지 예측할 수 없다. 항상 긍정적인 결과값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수 많은 새로운 변수는 여행을 즐겁게 한다. 기본값에서는 즐길 수 없으니까.

  빈에서 두 명을 만났다. 이스라엘에서 온 로템은 그래픽 디자이너지만 그보다도 죽음의 성물 문신을 할 정도로 해리포터 덕후이다. 빈에서 오 일 동안 머물 예정인 이 여행자는 자신 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인데, 기존의 여행 코스를 따르기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거침없이 해나갔다. 내가 추구하지만 결코 잘 하지 못하는 여행을 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밤에 라운지에 누워 대화를 나눴는 데 마치 오랫동안 안 친구와 말하는 줄 알았다. 여자 사람을 만나고 왔다 하니 ‘데이트 하고 온거 아녀?’라면서 축하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도나우강으로 수영하러 가자는 제안을 들은 게 마지막 만남인데, 아쉽게도 수락하지 못했다(수영복으로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반가운 만남과 아쉬운 헤어짐.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잘스부르크를 ‘짤스’라고 부르시는 사투리가 인상적인 이 분은 대구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신다. 잘스부르크에서 공연을 마치시고 동유럽으로 짧은 배낭여행중이셨다. 홀로 오스트리아 잘스부르크까지 가서 레슨을 받고 오디션을 보고 공연까지 마친 일련의 과정이 나는 넘볼 수 없는 성질의 무언가로 느껴졌다. 넘사벽이랄까.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과연 무언가를 위해서 이정도로 노력한 적이 있었는가.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 데, 여러 장 찍어드리지 못한 게 아직도 미안하다.
  빈에서 만난 두 분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 두 분 모두다 여행 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 가지 바람이라면 그분들 기억에도 내가 조금이나마 남았으면 좋겠다.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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