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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산 Aug 01. 2020

비데 물티슈, 진짜 변기에 버려도 괜찮아요?

비데 물티슈의 실체.

"비데 물티슈 많이 사용하시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밖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도 하고 있다고 한들 따로 사서 들고 다니기도 귀찮아서 잘 사용하지는 않는데요. 의외로 꽤 많은 분들이 비데 물티슈가 일반 휴지보다는 뒤처리가 깔끔하고 화장실용이라고 하니깐 물 내림이나 하수처리에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많이들 사용하시더군요.


변기에 던진 물티슈에..하수처리장선 생고생 - JTBC 오효정 기자


그런데 어느 날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지 말라"는 주제의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골자는 사람들이 버린 물티슈가 전반적인 하수처리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직도 변기에 물티슈 버리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큰 감흥 없이 기사를 보다가 끄려던 찰나,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기자님의 멘트에 마우스를 멈칫했습니다.


"화장실용(비데) 물티슈도 물에 잘 녹지 않으니 변기에 버리지 마세요."


물에 녹지 않는 화장실용 물티슈 - JTBC 오효정 기자


기자님은 손수 비데 물티슈를 10분 동안 물에 담가서 잘 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시더군요. 아니, 당연히 물에 잘 녹는 줄 알았던 비데 물티슈가 잘 녹지 않는다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환경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세상에 그린워시(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위해되는 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하던 중이거든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곧장 마트로 달려가 시중에 파는 비데 물티슈를 확인해봤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 보이는 비데 물티슈 제품 겉면에는 "변기에 쏙~"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박혀있더군요.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결심했습니다. 비데 물티슈를 정말 변기에 버려도 되는가에 대해서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직접 파악해보겠노라!


비데 물티슈 제품 겉면에 표시된 문구


비데 물티슈와 하수처리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의문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에 잘 분해되는가?", "합성 섬유를 포함하고 있는가?"로 말이죠. 전자의 경우는 하수처리 과정에서의 문제, 후자의 경우는 슬러지 매립이나 방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 문제에 각각 핵심을 담은 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의문점을 해결하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죠.


먼저 현재 하수처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하수처리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두 곳(서남환경, 광주 환경공단)에 전화를 걸었고 두 인터뷰를 종합해보니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물티슈가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맞지만 그것들(오물이 뭉친 슬러지) 중에 비데 물티슈가 포함돼있는지는 구분할 수 없다."


물티슈는 잘 구분이 안되지만 잡다한 것들이 많이 걸러진다 - 서남환경(서남하수처리장) 담당자 인터뷰 / 그린어스스튜디오 유튜브
물티슈도 많이 걸러지며 처리 과정에서 비용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 광주환경공단 담당자 인터뷰 / 그린어스스튜디오 유튜브


오케이. 일단 물티슈가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두 가지 의문점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비데 물티슈 판매 홈페이지를 다시 방문해보니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 또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원단 미표기"입니다. 전자는 해당 제품이 물에 잘 풀린다는 국제 인증 기준이었습니다. 이 기준을 제대로 확인해보면 앞서 언급한 첫 번째 물음("물에 잘 풀리는가?")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으로 이 제품은 원단에 대해서 정확한 표기가 없었습니다. "천연펄프 함유"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이었죠. 이 부분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두 번째 물음("합성 섬유를 포함하고 있는가?")까지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먼저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해당 화장실용 물티슈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는 미국/유럽의 통합 기준이었습니다. 원문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시험 기준이 나와있는데 현실적으로 개인이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제가 직접 일정한 압력과 함께 물에 녹여서 정말 잘 분해되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변기 내림 적합성 평가에 대한 내용 / 그린어스스튜디오 유튜브


결과적으로 비데 물티슈도 일반 휴지만큼은 아니지만 꽤 유의미할 정도로 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수처리장에 문의해보니 저희 집에서 하수처리장까지(약 4km) 하수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두 시간 정도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정도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의 수압을 받으며 이동한다면 비데 물티슈도 충분히 풀린 상태로 하수처리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휴지처럼 완전히 풀어져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차 처리 과정인 스크린에서 걸러져 매립지가 소각장으로 보내지겠지요. 추가로 작은 조각이 걸러지지 못하고 처리장 안으로 침투하게 되면 기계 결함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고요.


왼쪽 두 사진은 일반 휴지, 비데 물티슈가 풀리는 시각, 맨 오른쪽 사진은 6분 30초 동안 젓가락으로 저은 후 남은 비데 물티슈 잔해 / 그린어스스튜디오 유튜브


다음으로 원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업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를 했고, 결과적으로 천연펄프와 레이온 소재만 사용하여 제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둘 다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우려했던 합성 섬유 관련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하지만 레이온은 과거 '원진 레이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황화탄소)이 심각한 장애와 신경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데 물티슈에 대한 제조사 답변 내용 / 그린어스스튜디오 유튜브


두 가지 물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에 잘 녹는가?" => 물에는 어느 정도 녹지만 일반 휴지만큼 녹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처리 과정에서 불순물 처리 비용과 기계 결함 등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합성 섬유를 포함하는가?" => 천연 펄프와 레이온 만으로 제조되어 매립이나 방류 시 미세 플라스틱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으나 레이온 소재 특성상 제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황화탄소)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친환경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제조 회사나 기자님 모두 거짓된 내용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비데 물티슈가 휴지처럼 완전히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과, 기자님이 진행한 실험에서는 변기와 배수관의 수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볼 때 양 쪽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이지만, 순수 자연 물질 이외에 그 어느 것도 완벽한 친환경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똥 쌀 때는 웬만하면 휴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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