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더 살고 싶은데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by 마운트플라워

꿈을 꿨다. 온 가족이 좀비가 되는 꿈.

그리고 그것들이 가둬진 건물이 서서히 물에 잠기는 상황. 너무 생생했다. 드디어 내가 좀비가 될 차례가 됐을 때 눈을 떴다. 입에선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짜증이 솟구쳤다 사그라들었고 안도감이 감정의 빈 공간을 메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그 순간 잠들기 전 봤던 기후 위기 동영상이 떠올랐다. 환경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한반도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고 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부산과 인천공항이 잠겨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2030년이면, 이제 9년 반 남았네.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 그린피스 유튜브 채널


지구는 지금도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퍼붓고 있는 이 장맛비를 보라. 충남에만 1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안타까운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실종자 수색도 진행 중이다. 50km 떨어진 무인도에서 발견된 가축 소를 보면 다행이다가도 다시 사육시설로 돌아가 도살을 기다릴 운명을 생각하면 착잡하다.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중국과 일본은 먼저 물폭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발생한 이재민은 우리나라 인구를 훌쩍 넘겼고 일본의 피해 상황도 만만치 않다.


역대급 장마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시베리아 지방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을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그 틈을 타고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와 머무르면서 장마도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정리하면 지구 온난화에 의해 찬 공기가 예상보다 더 오래 우리나라에 머물게 되어 생긴 현상이라는 뜻. 이미 50년 전에 예견된 기후 변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역시나 정치권은 밥그릇 싸움 중이다. 이번 홍수의 원인을 두고 4대강과 태양광 사업을 언급하며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탄핵 이후 처음으로 야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넘어섰다는 발표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홍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옳다. 앞으로도 이런 국가적 재난은 계속 일어날 테니까.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무시한 채 이미 벌어진 상황만 수습하려는 주먹구구식 해결책은 옳지 않다. 지구 온난화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데도 아직 그들에게 와 닿지 않나 보다. 진정 해운대 엘시티가 잠기고 인천공항에 정차된 비행기가 물에 둥둥 떠다녀야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할까.


2030년이면 서른아홉.

한창 날아다닐 나이에 기후난민이 되고 싶지 않다. 하물며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 위기 상황을 온몸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종종 자기 살기 바쁜 사람들은 말한다. 이미 늦었다고. 아.. 이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을꼬. "현세대는 기후 위기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이자 기후 위기를 막을 마지막 세대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히고 있는 요즘이다. 먼 훗날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이 글을 다시 읽을 날이 오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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