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로 시작해 공식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유튜브 공식 음악 채널 인증 배지를 받다

by 미몽
창피함과 경이로움 사이에서

저의 첫 번째 유튜브 뮤직 채널 ‘월순 사운드’는 사실 대놓고 공개하기엔 조금 쑥스러운 출발점이었습니다.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듣지도 않았던 제가 "AI로 트로트가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에 툭 던진 한 수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국악과 트로트를 섞어보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효도하는 셈 치고 하나둘 만들던 것이 어느덧 걷잡을 수 없는 창작의 소용돌이가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EC%9B%94%EC%88%9C%EC%82%AC%EC%9A%B4%EB%93%9C

때로는 장난기가 발동해 '19금' 모드의 야한 노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곡에 키스 영상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의외의 대목에서 조회수가 터지고 좋아요가 쏟아지는 것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인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습니다.


공식 아티스트의 배지, 그리고 뒤따른 고민
화면 캡처 2025-12-30 085817.jpg

이 채널은 운영 두달 만에 유튜브 공식 음악 채널로 인정받아 '음악 배지'를 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름 옆에 붙은 음표 모양의 배지는 기쁨과 동시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바로 정식 '음원 발매'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아직은 저작권 인접권으로만 머무른 한국음원시장을 피해 해외 플랫폼을 통해 저작권을 보호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스터링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단순히 AI가 뽑아준 결과물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Garage Band와 Logic Pro를 붙잡고 마스터링을 독학하며 음의 결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등록된 음원을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마스터링 공부 이전에 올렸던 초기 곡들을 하나씩 꺼내어 좀 더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갈아 끼우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85bmjwcUY&t=346s

https://www.youtube.com/watch?v=ffXxgdOv4_k&list=OLAK5uy_knFxENmvA4hZwCBPKAzNbI5r1G5_vc7rg


창작의 늪에서 잠시 빠져나온 이유

AI 음악과 영상의 세계는 무시무시한 ‘늪’과 같습니다. 한 번 발을 들이면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료되어 밤낮을 잊고 빠져들게 됩니다. 저 역시 역사책을 뒤져가며 거국적인 메시지를 담고, 어릴 적 어머니 곁에서 들었던 트로트 메들리의 기억을 총동원해 곡을 뽑아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진이 빠졌고, 무엇보다 ‘나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곡을 찍어내는 일은 잠시 멈추었습니다. 좀 더 깊이 있는 음악 이론과 작곡, 악기를 배워서 '진짜'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동안의 결과물들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내가 손놓았던 프로그래밍과 프롬프트 공부에 다시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정비의 시간입니다.


나의 첫 번째 제자, 어머니

https://www.youtube.com/@EchoVoice-K

제가 이 치열한 창작의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제 어머니에게서 왔습니다. 매일 "머리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곡과 영상을 만드는 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저는 확신했습니다. AI는 나이를 초월한 새로운 직업과 생기를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을요.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해온 어머니에게 크리에이터, 작곡가, 음반 제작자라는 직업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가르치다 다투기도 하고 골머리를 앓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저의 가장 훌륭한 AI 제자이십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곡을 자랑하는 어머니를 보며, 설령 그것이 창작의 늪일지라도 어머니에게만큼은 그 늪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어머니의 해외 음반 채널입니다. 해외 리스너를 공략한 채널인데 실수투성이긴 하지만 나름 어머니의 색깔을 담은 동화같은 곡들입니다. 저 따라 하고 싶어하셔서 방법만 알려드렸는데, 실수가 보이긴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진심이신 분이라 시간이 쌓일수록 더욱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니 채널도 승인이 떨어져 곧 유튜브 공식 음악 배지를 받으실 예정입니다.

https://www.youtube.com/@EchoVoice-Kim



키오스크 사용자가 될 것인가, 맥락의 창작자가 될 것인가

AI는 갈수록 쉬워질 것입니다. 누구나 키오스크처럼 버튼만 눌러 결과물을 얻는 시대가 곧 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동적인 사용자로 남을지, 아니면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맥락을 장악하는 '창작자'가 될지는 한 끗 차이에서 결정됩니다.


저희 어머니가 헤매면서도 끝내 결과물을 만들어내시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이야말로, 시스템을 몸소 체득해가는 창작자의 고귀한 시간입니다. '월순 사운드'는 비록 지금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나, 그 안에서 피어난 창작의 열정은 더 정교한 사운드와 깊은 프롬프트의 이해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지평선 너머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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