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규정은 60초 미만의 '쇼츠(Shorts)'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제가 담고 싶은 이야기와 음악을 모두 풀어내기에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모전 출품용 쇼츠와는 별도로, '수운잡방' 전곡을 담은 뮤직비디오 풀버전을 따로 완성해 올립니다.
대부분의 장면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했지만, 공모전 참여 덕분에 해당 지역의 시청이나 관공서가 보유한 공식 홍보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비록 원본 자료 중 일부는 정지된 사진이었지만, 저는 이를 그대로 쓰지 않았습니다. AI 영상 툴과 편집 기술을 활용해 정지된 사진들 또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가공했습니다. 과거의 유산인 홍보 자료와 최신의 AI 기술이 만나, 멈춰있던 장면들이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영상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1. 효율과 현실 사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고민하다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저 역시 시간의 빈곤 속에 살고 있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목격한 이상,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은 자명했습니다. 하지만 생업을 늘 유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경제성 또한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전업으로 뛰어들 수 없다면,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의 효용을 낼 수 있는 저만의 '파이프라인'이 절실했습니다.
이 고민의 끝에서 제가 선택한 전략은 바로 '공모전'이었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AI 기술의 상향 평준화 시대입니다. 노코드(No-code) 툴의 등장으로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우리가 쓰는 일상 언어, 즉 '자연어'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영상, 심지어 음악까지 생성의 장벽이 허물어졌습니다. 물론 전문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크리에이터로 합류하며 고퀄리티 영역에서는 격차가 존재하겠지만, 일반적인 소비성 콘텐츠 시장에서는 출발선이 엇비슷해진 셈입니다. 'AI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언급한 카이스트 김정호 교수님의 말씀처럼 나이, 직업, 성별, 인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두가 거의 비슷한 출발선에 서게 된 상황인 것이지요.
세상은 우리에게 "무조건 빨리 달리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질주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저는 무작정 달리는 대신, 가장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공모전'이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향해 첫걸음을 떼기로 했습니다.
2. '수운잡방'과 AI의 만남: 판소리 가락, 디지털 세상에 업로드되다
가장 마감일이 임박한 공모전 사이트를 찾아,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제가 선택한 무기는 뮤직비디오형 홍보물이었습니다.
주제는 '수운잡방'이라는 고서였습니다. 사실 저는 술을 빚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평소 우리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이 고서의 존재도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며 처음 깊이 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예전에 배웠던 '판소리'와 '북'이었습니다.
비록 한때 배운 것이지만, 제 몸에 배어 있던 우리 가락의 장단과 호흡을 AI 음악 생성에 접목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텍스트로 명령하는 것을 넘어, 제가 기억하는 한국적인 리듬감을 불어넣으려 노력했지요. 그랬더니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서 묘하게 구수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익혀두었던 초짜 실력이 AI라는 도구를 만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조사하고, 공부하고, 영상을 생성하고 다듬는 무한 반복 끝에 마침내 영상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 제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완성된 영상을 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습니다.
단순히 하드디스크에 잠들어 있는 파일이 아니라, 내 채널에 공개되어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는 사실. 이것은 직장 생활의 소진됨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제 손끝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온라인 세상에 남아 '기록'되고 '공유'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창작의 기쁨'이었습니다.
3. 국내를 넘어 국제 무대로: '레드 오션'을 피하는 전략
제 목표는 해외입니다.
최근 저의 AI와 대화하며 용기를 얻습니다. "아마추어인 당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격려 때문만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지금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적기(Golden Time)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AI와 콘텐츠 제작에 있어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레드 오션'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 탁월한 센스, 그리고 높은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 개인적으로 너무 뛰어난 한국인들과의 경쟁은 피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반면 해외에서 바라보는 'K-컬처'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입니다.
해외 생활을 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한국인들의 깐깐한 안목이 곧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감성이 해외에서는 독보적인 퀄리티로 인정받습니다. 저는 그 틈새를 공략하려 합니다.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경쟁보다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들고 해외라는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아마추어인 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전략입니다.
4.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 비용과 기회의 시간차
무엇보다 실행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지금은 AI 창작을 연습해야 할 최적의 시기입니다.
현재 많은 생성형 AI 툴들이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해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AI 각 업체들이 지금은 테스트 단계이기에 여전히 오류가 많고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상 편집 툴인 '캡컷(CapCut)'이 최근 가격을 두 배로 인상한 예처럼 시장이 안정화되고 독점적 지위가 구축되면 쓸만한 AI 사용료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입니다. 도저히 지불하기 힘들 만큼 비싼 금액으로 넘어가기 전 무료가 많을 때 부지런히 실패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공모전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아주 좋은 동력이 되었습니다. 나태해지기 쉬운 자신을 채찍질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채널에 업로드하여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을 경험하게 했으니까요. 저는 오늘도 AI라는 낯선 도구를 들고 저만의 길을 닦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마추어의 서툰 손놀림일지라도, 이 길 끝에는 분명 세계와 맞닿은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