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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홍 Nov 15. 2024

Pain (고통)

'나의 삶, 내 사랑, 동기는 모두 고통이었다'

'그것이 날 무너트렸고, 다시 일으켜 세웠지'

'사람들 사이에 갇혀 숨이 막혔지, 이제는 구름에서 영감을 채워

바닥에 재 떨어지듯 떨어져, 감정이 가라앉기를 바랐지'

'고통으로부터! 너는 나를 신자로 만들었어!'

(Imagine Dragons의 Believer 가사 중)



'고통은 나를 신자로 만들었다'

'고통은 나의 성장에 있어 그저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어느 날 이렇게 크게 쿵쾅거리는 비트의 음악이 나의 가슴 안으로 깊게 들어왔다.

마치 나의 무의식이 잃어버렸던 퍼즐조각을 찾아낸 것처럼  심장을 마구 울려댔다.


난생처음 음악이라는 장르로 나의 감성을 깨웠다.

이렇게 풍부할 수가!

이렇게 깊을 수가!

이렇게 충만할 수가!


NBA선수들의 레전드 장면모음이나, S전자회사의 휴대폰 광고,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의 삽입곡으로도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곡인데도 말이다.


그동안 나는 클래식을 가끔씩 들으면서 평온함을 많이 느꼈었다.

나지막하며 아기자기한 피아노의 선율도 좋아했으며, 흐르는듯한 첼로의 편안함도 좋아했다.

깊은 여운으로 몸을 나른하게 하는 재즈도 나름 즐겨보곤 했다.

비록 한쪽귀가 난청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각각의 예민한 소리들을 다른 한쪽귀에 의지한 채 눈을 감고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재주도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Imagine Dragons의 이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귀가 아닌 가슴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는 울림을 느꼈다. 짧았지만 벅차오르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채워지지 않고 떠돌던 나의 무의식의 한 조각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탁', '차카닥'하며 채워졌다.


분명 나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같이 살아내려고 온갖 박자를 신경 쓰며 예민하게 살아왔다.

요즘 세상이 원하는 육각형인간의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삼각형, 사각형정도의 인간의 형태를 갖춰보려고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고 나름 생각한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기 위해,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경제적 안정을 위해 나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딱히 메신저상에 올려놓을 번듯한 자랑거리가 없어도 부러울 것이 없었고 그저 하루하루 나의 삶에 충실하게 나 스스로 만족해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왔지만 쉰 해를 살고 찰나의 순간 휘몰아친 고비에 나는 처참하게 무릎이 꺾였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2년의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정신을 차렸다고 해서 지난 삶이 고스란히 되돌려진 것은 아니었다.

전쟁이 끝난 잿빛도시에 교차로도 표지판도 엉망이 돼버린 건물잔해 속에서 허연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누군가 지나가기를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는 느낌이 지금이다.


하지만 내 심장은 알고 있었다.

그 어떤 고통도 나를 무릎 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심장의 강한 펌프질을 나는 막을 수 없다.

또다시 살아나는 예민한 감정의 동요가 나를 일어서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이 노래가 들려주는  진한 메시지에, 그리고 스르르 눈을 감게 만드는 쿵쾅거리는 소리의 울림에 나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의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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