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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에 사는 아이
by
문홍
Jan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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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상황이 싫었구나.
그래서 말하지 못하고 숨기고 혼자 끙끙거리며 살았구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서 매번 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시도했구나.
갈등상황을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구나.
비난받고 손가락질받는 것이 수치스러웠구나.
그래서 너는 언제나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며 살았구나.
네가 손해 보거나 억울한 상황에서도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구나.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서.
그런 너를 보호해 줄 장치가 오직 네가 만들어놓은 그 성이 전부구나.
그 성이 모래로 쌓아 올려진 것을 알면서도 너는 그 성이 제일 안전하다고 믿고 그 안에 숨어 살았구나.
그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밖으로 나가면 모두 너를 비난하며 밀쳐낼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그래서 너는 단 한 번도 그 성을 허물고 밖으로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구나.
그렇게라도
너는 너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구나,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구나.
비난받을 두려움 때문에, 상처되는 말들이 너한테 아프게 닿을 테니까 미리 겁먹고 숨어 살았구나.
하지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너는 불안에 떨겠지.
그 모래성이 무너질까 봐.
무너진 모래성을 바라보며 너의 마음도 같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갈등상황을 마주하는 것보다 모래성을 다시 쌓는 게 마음이 편했을 거야~~ 그 시간만큼은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말이야, 내 생각인데,
네가 생각하는 갈등상황은 네가 믿고 있는 불편한 감정보다 훨씬 약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만 해줄래? 그걸 어떻게 아냐면 네가 용기 내서 밖으로 나올 때만 알 수 있어.
생각해 보고 천천히 나와볼래?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천천히 네가 용기 내서 나를 부르면
내가 네 손을 잡을게.
네가 혼자가 아니라고 믿을 때
내가 네 손을 잡을게.
기다린다.
사랑해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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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흉터는 나이를 먹어도 치유되지 않고 같이 자라고 있었다는 걸 쉰 한 해를 살고 알게 됐어요. 이제 숨기지 않기로 했어요. 우리 같이 따뜻하게 공감하면서 치유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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