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사진은 내가 그린 피아노 그림이다
나의 아주 어렸을 적 욕망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었다(그 시절 어린이들은 대개 피아노를 배웠다. 지금 바이올린이나 발레가 유행이듯이 말이다.) 누군가 피아노를 멋들어지게 치는 것을 보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무작정 어머니에게 떼를 써서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카시아가 예쁘게 피어있는 가정집에서 아주머니 선생님(아마 피아노 전공생은 아니었으리라고 추측되지만)에게 체르니와 하농을 배우던 기억이. 포도알을 하나씩 색칠해가며 연습곡들을 뗐고 조금 실력이 늘자 어머니가 피아노를 전공한 선생님을 수소문해서 붙여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싼 액수인 월 3만원(1970년대이다)에 수업을 받았다.
이화여대를 나오신 선생님께서는 국민학교 1학년에 불과한 키작은 소녀인 나를 맡아서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나는 체르니 연습곡과 소나티네는 좋아했지만 바흐 인벤션은 억지로 배웠는데 나중에 고학년이 되어서 바흐 평균율을 배우게 되자 잦은 조바꿈과 대위법 때문에 손가락이 꼬이고 멜로디도 아름답지 않게 느껴져서(아마추어 어린이에게는 그랬을 수 있다) 게으름을 피웠다.
체르니 50~60번과 소나타를 칠 정도가 되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작곡가는 쇼팽과 슈베르트였다(지금은 라흐마니노프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당시에는 라흐마니노프를 칠 실력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작곡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이든의 곡은 밝고 경쾌하지만 곡이 지나치게 단순했고, 베토벤의 곡은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열정을 느끼게 하지만 좀 무거웠다. 모차르트는 가끔은 경박한 것도 같았지만 장조에서 단조를 넘나드는 멜로디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쇼팽은 좀 우울했지만 시적이고 세련되었으며 영혼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슈베르트는 맑은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청량감이랄까... 청년의 신선한 패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리스트는 어렸을 때에는 잘 몰랐지만 나이들고 보니 다른 작곡가의 작품의 편곡을 잘하는 것 같다.
피아노는 아쉽게도 계속 치지 못했다. 전공하기에는 손가락이 짧은 편이었고, 체르니 60번까지 6년을 배우고 나니까 꾀를 부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되면 영어도 배워야 했기에 국민학교 6학년때 나의 공식적인 피아노 레슨은 끝을 맺었다.
업라이트 피아노가 집에 있길래 다시 쳐보고 싶지만 아랫집 윗집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치질 못한다. 몇년전 디지털 피아노를 처분했었는데 다시 사볼까 한다. 돈을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