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종소리 건반악기 첼레스타
아마 국민학교 5~6학년 때였나보다. 우연히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의 '백조 주제곡'를 듣고 그 애절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에 빠져서 백조의 호수가 무슨 이야기책인 줄 알고 서점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백조의 호수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자.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의 빠져서 낮에는 백조의 형체로 살아야 되는 오데트 공주는 우연히 지그프리트 왕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데, 악마 로트바르트는 이 둘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딸 오딜(흑조)을 오데트(백조)처럼 꾸며서 왕자를 현혹한다. 지그프리트 왕자는 오딜에게 속아서 그녀를 아내로 삼겠다고 맹세함으로써 오데트를 절망시키지만 마지막 순간 오데트에게 돌아와 같이 호수에 뛰어들고 둘은 천국으로 올라간다(이 결말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버전이고 발레단에 따라 버전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백조 주제곡'은 백조의 호수에서 시종일관 반복되면서 분위기를 형성하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그 유명한 파드 되(남녀 무용수가 추는 2인무로 백조 파드 되는 순수하고 고전적이고 흑조 파드 되는 당당하고 관능적이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접 예술의 전당에 찾아가서 본 또 다른 차이코스프키의 발레곡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크리스마스면 항상 공연되는 이 작품은 독일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밤이 되자 호두까기 인형은 병정들을 지휘하여 쥐떼들을 소탕하고,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클라라는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사탕 요정의 춤'인데, 건반악기이지만 종소리가 나는 첼레스타라는 악기 소리가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에서는 하프도 많이 사용되는데 하프와 첼레스타는 음악의 분위기를 신비스럽고 몽환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현란한 K-pop의 시대에 몇백년 묵은 서구의 고전발레곡을 좋아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너무 빠른 예술이 혼란스럽고 정신없게 느껴진다. 늙어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