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생때 듣고 단번에 반해버린 피아노곡
라흐마니노프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작곡가는 쇼팽이다. 쇼팽은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게 되는 작곡가지만 사실 내가 쇼팽에게 가장 크게 훅~하고 반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우연히 그의 환상즉흥곡을 듣고 나서였다.
직접 들어야 그 격정적인 선율과 아름다운 화음을 느끼게 될 것이지만, 쇼팽의 환상즉흥곡은 속도를 더해가며 치고 올라가는 오른손의 멜로디와 엇박자로 그것을 받쳐주는 저음의 왼손 반주의 조화가 무척 강렬하고 매력적이어서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으며(마치 왼손이 건반을 격정적으로 휩쓰는 쇼팽의 연습곡 '혁명'처럼 말이다) 중간 부분에서 모데라토 칸타빌레로 곡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에는 그 낭만성과 애잔함 때문에 가슴을 적시며 음악을 듣게 된다(광고음악으로도 많이 쓰였다 한다).
환상즉흥곡이 가지고 있는 이 극도의 낭만성이 바로 나를 감동시킨 힘이었지만(나는 무조음악이나 현대음악 같이, 음악을 개념적으로 분석하거나 해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급부로 이 대중적인 서정성이 환상즉흥곡을 좀 가볍다고 해야할까, 반복해서 들으면 질리게 만드는 그런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달콤한 사탕이 처음에는 맛이 있지만 많이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 유리처럼 반짝이는 투명한 음악적 색채가 곡을 두세번만 반복해서 들어도 벌써 바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쇼팽이 생전에 환상즉흥곡을 출판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 작품이 아름답지만 약간 센티멘탈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껴서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환상즉흥곡을 사랑한다. 국민학교 고학년때 즐겨 듣고 쳤었던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나 애디슨 와이먼의 '은파'처럼 환상즉흥곡 역시 낭만과 애수가 가득한 보라빛깔의 미적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언제 링크가 사라질지 모르겠지만 직접 들으실 분들을 위해 환상즉흥곡의 링크를 하나 걸어둔다.
https://www.youtube.com/watch?v=Zoa8tdrpiBI&list=RDZoa8tdrpiBI&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