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듯하다
우리는 태어나서 생존법을 배우면서 성인이 되지만,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역시 생존법을 배우는 것이다. (프리랜서가 아닌, 아니 프리랜서도 어느 정도 위계가 있을 수 있다) 평범한 직장에는 눈에 보이는,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쳐져 있으며 이 그물망을 잘 타거나 피해 가기 위해서는 처세술 즉 순발력이랄까 눈치랄까 운동선수에 가까운 본능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직장의 그물망은 대개 직급과 입직 연도, 나이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지만 때로는 상사와 얼마나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가(이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상사의 기분을 파악하면서 얼마나 자신의 실수를 슬쩍 넘겨버릴 수 있는가 와도 다소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인간이 모인 집단이기에 가정의 생활형편을 짐작케 해주는 패션과 잘 나가는 남편, 자녀 자랑도 (여성의) 사적인 모임의 결성에 한몫하며 남자들의 경우 출신학교나 음주, 흡연 유무가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생존법이라고 말했듯이 나는 이러한 그물망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가끔 점심식사를 같이 하거나 지나치며 인사하는 극소수의 지인들을 제외하고 이 무리 안에서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다. 인문학이나 글쓰기 같은 나의 관심사와 장점을 부각할 수 '없는',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직장에서 그래도 나는 몇 년 안 남은 마지막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뒤늦게 가끔 생각하곤 한다. 출판사에 들어갔다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까? 아마 비등비등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것과 만드는 것은 많이 다를 테니 말이다. 그러니 감사하자. 내게 주어진 환경을. 이마저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