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문제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두려움. 나는 많은 것들이 두렵다. 나이 듦과, 그것에 수반될 육체적 기능의 상실과 경제적 불안정성, 그리고 언젠가는 가족 없이 홀로 남겨질 나의 외로운 - 지금도 충분히 고독하지만 말이다 - 미래까지 말이다.


몇 주 전에는 한 지인의 기부 요청을 거절했다. 질병을 앓는 외국인 고아들의 병원비를 내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액수도 크고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서 단번에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사실 이전에도 같은 종류의, 나로서는 매우 큰 액수의 기부를 한 적이 있었고 그때 이미 이런 기부는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다시 요청이 들어오자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핑계는 많았다. 얼마 안 되는 월급과 자산, 어머니의 병원비와 치료 보조기구 구입비, 변변한 은퇴자금 없는 나의 노후대비 등. 그런데 내 마음은 알고 있었다. 도우려면 요청받은 액수 전부가 아니라 약간이라도 가능했다는 것을. 내게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용기였다고. 나는 두려웠던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로 정의하고 매 순간 죽음 앞에 선 실존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나 자신이 두려움 - 노화, 돈, 고독 - 에 압도되어 있으며 매 순간 그것을 극복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10년, 20년 후를 두려워하면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과연 그 10년, 20년 후 미래가 다가오기나 할까.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대로 살지 못한 것이다.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얼굴마저도 우울하지 않을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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