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고 현실적이며 또 현실적인 나의 직장
내가 다니는 직장은 간단히 말해서 사회의 일체의 현실적 요구에 응하는 곳이다. 직장에서는 주로 어르신들에게 법률, 주택, 금융, 의료, 취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일은 많은 인내와 끈기를 요한다. 이 서비스들은 우리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실질적인 조건들 - 예를 들어서 병원 치료, 전기와 가스비, 교통 혜택 등 - 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 조건들은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되기도 한다.
문과를 다니면서 - 나의 어머니 말씀으로는 - 허공에 붕 뜬 시니 소설이니 이런 것들만 공부한 나로서는 이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이 현실적인 성격 때문에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법만 해도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등 뭐가 그렇게 여러 개인지, 주택 관련해서는 근저당 설정이 뭔지 LTV, DTI는 또 뭔지, 기초수급은 또 뭐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젊었을 때 문학의 비유법이나 어려운 영문법 공식들 이런 것들은 참 잘 외워졌는데 현실 생활이나 경제에 관련된 규정과 개념들은 왜 이리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늙어서 그런가 보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 참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곳이지만, 나는 그래도 돈과 각박한 현실만 도드라지는 업무보다는 퇴근 후 혼자서 오롯이 갖는 독서 시간이 더 좋다. 상상을 하거나 생각을 하면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
문송(문과라서 죄송)이라 직장생활 따라가느라 힘들지만 오늘은 월급이 들어와서 힘이 났다. 열심히 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