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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롱이 Jun 21. 2020

나는 오늘도 한식을 먹는다

일본에서 느끼는 한식의 소중함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대학생이다.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것. 이는 한식을 먹을 기회가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서 한국음식재료가 풍부한 편이고 한식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견 손쉽게 먹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시중에서는 인스턴트라면이나 김치찌개 등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 태반이고 진정한 의미의 가정에서 즐기는 “집밥”을 접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없어서 차로 2시간을 달려서 동경에서 조미료나 한국음료, 떡 등을 사는 것은 수고스러움과 동시에 가족여행 같은 즐거움이 공존하는 작은 이벤트이다.


 내 생일이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엄마가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별다른 생각 없이 떡갈비와 꼬치전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여행 같은 동경 여정이 시작되었고, 한국 음료수와 과자를 사면서 나는 소풍 전날의 어린이같이 즐거웠다. 엄마는 평소보다 많은 물건들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보통의 경우라면  오랜만에 동경 외출을 즐기며 짜장면이나 한국의 시장에서 즐길 수 있는 시장의 먹거리를 즐길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많았던 동경가족여행이었다.


 엄마의 음식 준비는 전날부터 시작되었다. 떡갈비는 마늘을 까는 과정부터 고기의 모양을 내는 지루하면서 반복적인 작업의 연속이었고, 내가 조금 손을 거들었던 꼬치전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전형적인 교과서 같은 음식임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수고를 거친 음식들은 다음날의 생일을 위해서 냉장고에서 하루 보관했다.

생일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나왔더니 꼬치전에 계란옷을 입히고 전을 부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딸, 생일 축하해. 조금만 기다려 지금 다 끝나가.”

“엄마, 뭘 이렇게 많이 했어? 조금만 해서 먹지…”

“그래도 생일인데… 많이 먹어.”

 드디어 모든 음식이 차려진 식탁은 진수성찬이라 할 수는 없지만, 따듯한 밥과 미역국, 불고기, 떡갈비, 꼬치전 등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전형적인 생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많은 시간을 들인 음식들은 사용된 시간과 무관하게 너무 빨리 없어졌고, 맛있었고, 접시가 바닥을 보인 것은 순식간이었다.

“엄마,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그래. 다음에 또 맛있는 거 해줄게.”

우리 엄마는 될 수 있으면 외식보다는 집에서 따뜻한 밥을 나에게 먹이려고 하고 아토피가 있는 나에게 신경을 많이 쓰신다. 그럴 때마다 입버릇처럼

“우리 딸 뭐 먹고 싶어?”

“내가 조금만 신경 쓰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어.”라고 말씀하신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밥이 특별할 리 없는 단순한 한 끼 이지만, 외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집밥이란 엄마의 노력이고 사랑이다. 한국에서라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참 많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는 특별한 음식이다.

 나는 다행히도 한식을 일본에서 매일같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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