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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류의 스터디 카페

by 로즈릴리

내가 사는 동네는 내가 사는 도시에서 학군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기만 하면 강남 대치동을 떠올릴만큼 천개 이상의 학원이 모여 학원가를 이루고 있다. 학생들을 타깃으로 스터디 카페가 한 건물 건너 한 건물에 있을 정도로 많다.

내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세 곳의 스터디카페에 대한 분석으로 언젠가 나의 로망이기도 한 북카페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소소한 마케팅 전략을 스스로 확보했다.


첫번째 이용 스터디 카페의 이름은 '초심'이었다.

40대 중반의 여자 아주머니가 운영하였고 그 분은 매우 부지런하셔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나와 손수 독서실 청소를 하신다. 책상 곳곳을 물걸레로 닦고 마른 걸레로 닦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휴게실에는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과자나 빵 음료수 과일을 항상 가지런히 놓아두고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 원두커피를 직접 내릴 수 있는 최신 커피머신이 있다. 커피는 무제한 제공이므로 원두가 떨어지지 않는 한 커피매니아였던 나는 한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서너잔씩 마셨다.

카페였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초심'은 생긴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부지런한 여자 사장님덕분에 항상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며 간식도 떨어지지 않게 넉넉했으며 무엇보다 나와 동년배인 여자 사장님께서 내가 갈 때마다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시고 호감을 표현해 주었다. 독서실 오픈할때 꽤 값이 나가는 도자기 재질로 만든 이쁜 도자기 머그컵을 이유없이 나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색깔별로 무려 세트로 주었다.

나의 아지트같은 이 곳이 무궁히 번창하여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처음 언급한 것처럼 이 동네는 학군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보니 땅값이 턱없이 비싸고 임대료가 하늘의 구름을 치솟을 정도로 높다.

그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4년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초심'이 문을 닫는다는 공고를 문앞에 붙여 두었을때 절친을 잃은듯 아쉬웠다.



지금 다니고 있는 스터디카페는 두 군데를 동시에 다니고 있다.

한 곳은 '바른'스터디 카페이고 또 다른 한 곳은 비**이라는 곳이다.

비**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걸어서 3분거리에 있다. 많은 학생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보니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비**은 항상 좌석이 꽉 차서 문을 닫을 일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 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60대 여자분으로 사장님의 모습을 본 것은 가뭄에 콩나듯 1년동안 딱 두 번 봤다. 그렇다고 특별히 청소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갈 때마다 스터디카페는 책상 위 널브러져 있는 지우개 가루와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는 흐릿하면서도 뿌연 먼지가 가라앉아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이용하고 싶지 않지만, 장점이라면 밤늦게 이용하기엔 집에서 걸어서 3분거리다보니 편리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곳을 이용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마음이 나와 같을 것이다. 한마디로 목이 좋다.

나는 현재 이 곳은 밤에만 가는 스터디카페로 이용중이다.


목이 좋다는 것이 크게 한 몫을 한다.

여기에서 목이 좋다고 할 때 목이 정확히 어떤 한자를 쓰는지 잘 모른다. 혹시 아시는 작가님들이 계시면 알려주면 정말 고맙겠다. 흔히 장사하시는 분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영업을 하려면 목이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 목이 풍수지리설의 용어인지 사업용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의미는 알 것 같다.

이곳 비**는 사장님의 어떤 노하우도 없고 서비스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심혈을 기울여 사업에 힘썼던 '초심'사장님보다 오래 살아남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소개할 곳은 걸어서 15분정도 자동차로 5분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는 '바른'스터디카페다. 아파트 단지와 학원이 무수하게 몰려있는 학원가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있는 위치에 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으로 추정되어 보이는 남자분이다. 젊은 사람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맨 처음 소개했던 '초심' 여자 사장님과 경영방법이 흡사하다.

늦어도 아침 여덟시에 나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손수 청소를 하고 독서실 곳곳에 식물을 배치하여 돌보며 공기를 정화하고 간식이나 음료를 꽉꽉 채워둔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 분위기는 깨끗하고 쾌적하며 학생 수에 상관없이 요즘처럼 더워지는 날씨에 전기료도 아까워하지 않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준다. 나는 이곳이 번창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걱정이 될 정도로 학생수가 너무 없다. 넓은 공간에 유지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자리가 텅텅 비어 있다. '초심'처럼 문을 닫게 될까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학원이나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호하고 자동차가 없이 걸어다녀야 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는 스터디카페이므로 아까 위에서 언급한 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았던 '초심'처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낮은 임대료로 인하여 높은 수익률은 없지만 아직까지 현상유지는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영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상의 요소는

사장님의 부지런한 태도와 이용자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인드보다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하는 목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최적의 위치는 당연히 땅값이나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설령 영업이 잘되더라도 그 높은 임대료를 주고 나면 과연 남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주 말씀하신다.

월급쟁이가 제일 좋다고!

특히 예술을 생계수단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되니 생계를 위해서 하는 예술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하며

자신의 자식들에게 진지하고 실용적인 학문을 선택하여 대학에 진학하라고 경고한다.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이 돈이 안되는 문과보다는 이공계의 진학을 원한다. 시나 소설을 쓰는 문학이나 심오한 철학을 탐구하는 과같은 곳에서는 묘하게 공학이나 물리학 과학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미심쩍은 듯 갖고 있는듯도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에 대한 애착이란 가끔 예술에 대한 애정을 압도하기도 한다. 예술적 재능과 자본이 맞닿아있을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만큼 가난이 끼어들면, 자본은 잠시 예술을 내려두어도 좋다고 속삭인다. 어제 영화 소개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폴 고갱' 의 언어가 공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인류의 불행 중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돈이 궁하다는 것, 가난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아이들이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할 정도가 되면 예쁜 소정원을 가꾸며 땅을 밟을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주택에서 식물과 강아지를 기르며 살고 싶다. 거기에 좀 더 바람이 있다면 북카페를 오픈하여 사방의 벽을 가득 책 냄새로 채우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그 곳에서 글을 쓰고 토론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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