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혜와 우정을 약속하며 새벽 꽃시장에 들렀다.
꽃들 가운데 우리 둘만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태양처럼 붉은 장미를 고르고 은혜는 순결한 하얀 백합을 골랐다. 그리고 서로의 품에 한아름 안겨주고 집에 돌아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아끼는 화병 속 물과 함께 놓아두었다.
쑥쑥 커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나는 은혜를 생각했고 은혜도 꽃을 보며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꽃이 점점 시들어 성장이 멈출 때 나는 잘 마른 꽃잎 몇 장을 뜯어 조심스레 책갈피 속에 넣어둔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무심코 책을 펼쳤을 때도 우리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 우정의 상징처럼 꽃잎이 여기 고이 담겨있음을 간직하기 위해!
연극이 시작되었다. 은혜와 함께 소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연극이었다.
" 나는 가시, 당신은 꽃잎! 나는 아름다운 당신을 지키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사람들이 함부로 당신을 꺾지 못하게 보호할게요."
은혜는 국문학과 학생답게 시적이었다. 이제 3학년이 되었기 때문에 슬슬 취업준비를 해야 했고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려고 했다. 작가가 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던 1학년때의 해맑은 꿈은 이제 접었고 대신 은혜가 써놓은 시와 소설은 우리 연극단의 대본이 되었다.
"사랑의 열매가 모든 나무에 열리는 것은 아니야, 진실한 마음의 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사랑의 열매를 맺는 진실한 나무가 남지"
은혜가 쓴 창작시를 연극의 대사로 연기하다보니 더욱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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