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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간다

by 로즈릴리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넘실거리는 커피잔을 들고 테이블로 돌아오는 동안 커피가 넘쳐 흘렀다.

지금 내 마음이 넘쳐 흐르는 커피처럼 출렁인다.

기간이 지난 전단지 한 장이 눈 앞에 펄럭인다. '뉴욕의 거장들이 온다- 잭슨 폴락과 그 외'

잭슨 폴락의 거친 붓놀림이나 말년에 정신병이 깊어져 야수처럼 휘두른 고흐의 거친 자연

귀가 안들렸던 베토벤이 사정없이 쾅쾅 내려치는 운명같은 격렬함이 싫다.

나이가 들수록 고요하고 평화로움을 원한다.

오늘 아침

이제 겨우 수능을 45일 앞둔 수험생 아들과 말다툼을 했다.

매일 새벽 2시 3시까지 공부하다가 아침 7시에 기상하는 아들은 수면부족으로 아침이면 항상 예민하다.

그냥 12시 1시에 자라고 말하지만 공부할 분량이 많아서 그렇게 안된다고 했다.

8시까지 입실해야하는데 오늘따라 교통체증이 심해서 자동차로 라이딩하는데 지각위기에 처한 상황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엄마에게

투덜투덜거리는 아들

갱년기 정점에 있는듯 요즘 스트레스 만땅인 나도 아들에게 버럭 버럭 버럭

지각은 안했지만 아침부터 야단 듣고 하루종일 마음 안좋을 아들을 생각하니 이 엄마라는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백번 잘못했다.

카톡으로 사과문자를 보냈고 아들도 곧 사과하는 답장을 보내서 마무리되었다.

근데 그냥 마음이 안좋다 눈물이 난다 아들도 안쓰럽고 나도 슬프다.

생활의 희로애락을 느낄 때 나는 좀 더 지혜로워지고 싶다.

특히 노하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상황이 올때

성인들이 현자들이 전해주는 고요한 태도를 지니고 싶다.

마음의 평정을 찾고 싶은 아침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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