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지식채널e <한낮의 중간고사>를 보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할 건가요?”
“20년 후에 월 300만원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당신은 언젠가 생각했던 마흔이 되었나요?”
얼마 전에 EBS 지식채널e <한낮의 중간고사> 편을 보았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질문의 내용입니다. 마흔이 되어 준비도 없게 받게 되는 수많은 질문들. 그것을 인생의 중간고사에 빚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저도 아무런 준비 없이 마흔이라는 시험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시험을 정말 치고 싶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시험 문제를 풀며, 힘들었던 것은 마흔에 대한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과 저의 인식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불혹의 나이, 어른, 중년, 어느 정도 성취했어야 하는 나이, 경제적 안정, 정서적 안정을 이뤄야 하는 나이,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 퇴행을 시작하는 나이….
저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경험하지 못한 것이 많고, 그러기에 많이 배우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고, 그 과정 속에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데 말입니다.
뭔가를 하고 싶어도 “내 나이에 해도 될까?” 저도 모르게 한발짝 뒤로 물러서게 될 때도 있습니다. 새로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이를 말하는 것도 부끄러울 때도 있고요. 남의 시선에 초월해서 살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저처럼 생각하는 마흔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법은 모르겠지만, 지난주에 사표 내고 하고 싶었던 공부 시작함”
“오늘도 흔들렸고 내일도 흔들릴 것이다”.....
<한낮의 중간고사>에서는 나이가 아닌 삶을 살고 있는 낯선 어른들의 예도 보여줍니다.
마흔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마흔이어도 흔들리는 나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흔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최근에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중년에 관한 연구를 10년 넘게 해온 윌리엄 새들러 교수의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중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데요. 세상은 마흔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이제 “이륙은 무슨… 안전벨트를 매시고 착률할 준비나 하시지요.”라고 말하지만, 마흔 이후 30년은 자신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10대 때와는 다른 질적인 2차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잠시 멈춰서서 저의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금 방향을 잡아나가는 시기. 이제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싶은 시기. 나 혼자만의 행복보다는 주변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시기. 저에게 마흔은 그렇습니다.
새롭게 마흔을 만들어가려는 낯선 어른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면 '인생의 중간고사'를 보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게 느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