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엑스에서 열린 360˚ Seoul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 마이스 클러스터에서 마련한 청춘세대들을 위한 신개념 스타트업 축제인데요.
이날 초청 강연자로 방송인이자 콘텐츠 기획자로 활약 중인 송은이가 ‘자신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컨퍼런스 가기 전부터 송은이 강연이 기대가 됐었는데요. 유쾌하고 감동적인 강연이었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360˚ Seoul 컨퍼런스에서 강연중인 컨텐츠랩비보 송은이 대표
“우리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을 방송국을 만들어보자.”
송은이가 비밀보장을 시작한 이유
코미디 분야 1위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시작은 2015년이었습니다. 김숙씨가 어떤 예능에 출연하기로 확정돼서 들떠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캐스팅이 바꼈다며 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때 너무 화가 났고 자신도 모르게 김숙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을 방송국을 만들어보자.”
당장 낙원상가로 가서 팟캐스트 녹음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삽니다. 누구에게 의지하기보다 일단 시작을 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스튜디오를 빌려서 김숙과 함께 첫 녹음을 합니다. 당시 팟캐스트는 정치 위주의 방송들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예능 장르의 팟캐스트 영역을 개척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큰 성공을 꿈꾼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웃긴 숙이가 어깨가 처져 있는 게 싫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 팟캐스트를 통해 예능인으로서 감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하는거였습니다. 작은 무대도 소중히 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요.
그 이후 매주 수요일 업로드되는 비밀보장은 방송 제작자들도 주목하는 프로그램이 되었고, 비밀보장에서 방송된 콘텐츠들로 다양한 파생 방송 콘텐츠들이 만들어집니다. 김생민의 영수증, 밥블레스유, 전지적 참견시점…. 모두 비밀보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함께하고 싶었던 작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거꾸로 기회를 창조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팟캐스트 비밀보장 방송 캡처
“저로 인해 제 주변의 사람이 빛날 때 행복합니다”
후배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줄 줄 아는 사람
송은이는 1993년에 데뷔해서 27년간 활동을 이어가는 방송인입니다.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에서 여성 mc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은 셀럽파이브 기획자, 웹드라마, 웹예능 판벌려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지요.
유재석과 함께한 진실게임으로 이름을 알릴 때부터 “출연진의 이야기를 듣고 제 반응으로 그 사람이 더 빛나는 것을 볼 때 희열을 느꼈다”고 합니다. 장도연, 이종석 등도 이 프로그램을 거쳐 스타가 된 케이스인데요.
데뷔 후 주인공이 되고자 발버둥친 적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로서 제가 뭔가 웃음을 주는 것보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나로 인해서 그 사람도 알지 못하는 캐릭터를 발견하고 빛났을 때 그게 너무 좋았고,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든 힘입니다.
팟캐스트 비밀보장의 성공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요.
첫 번째는 정치 위주의 팟캐스트에 저희가 처음으로 예능 코미디 분야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방송에서는 자리를 잡기 힘들어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저를 2인 미디어라고 소개합니다”
멀리 날기 위해서는 함께, 가볍게 날아야 한다
콘텐츠 기획자로서 탁월한 인정을 받고 있기에 그동안 강연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요청을 사양하다가 이날 처음으로 강연을 했다고 해요. 첫 강연에 녹여낸 진솔한 스토리들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제 콘텐츠의 경쟁력은 사람입니다. 사람에게 귀 기울이고 대박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자신만의 콘텐츠 경쟁력이었다고 말합니다.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내 주위의 작은 능력이라도 있는 사람들과 재미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비밀보장이 되었고, 판벌려, 셀럽파이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제 주의의 능력 있는 사람들이 기회가 없어서 슬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컨텐츠랩비보의 로고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가볍고 멀리 날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로고라고요.
멀리 날기 위해서는 함께, 가볍게 날아야 합니다. 그래서 콘텐츠가 가벼워야 해요. 그러한 콘텐츠 안에는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 1인 미디어가 유행인데 저는 어디 가면 저를 2인미디어라고 소개해요. 김숙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
함께할 때 더 의미 있기에 더 행복하기에 1인미디어 시대에, 자신을 2인미디어라고 소개한다는 송은이.
1973년생, 올해 마흔 일곱인 송은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앞선 글에 소개했던 마흔 이후의 2차 성장을 누구보다 잘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방송하면서 1년간 쉴 수밖에 없었던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그때 다른 영역을 고민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해요.
50대, 60대, 70대…. 없어지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을 방송국으로 멀리 가볍게 계속해서 함께하기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P.S1 송은이가 말한 에피소드 중에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 만들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한 것이었습니다. 6년간 매주 한 아이씩을 만나면서 자신을 이해하게 된 프로그램이었다고요.
“너무나 다양한 아이들이 자기만의 언어로 부모님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던 것들이 언젠가 나의 행동으로 나타나는구나를 느끼게 되었어요.”
송은이에게 영향을 받은 후배들은 분명히 또 다른 자신의 주변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저도 그러한 마음이 더 샘솟았으니까요.
p.s2 세상을 살아갈수록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느끼게 됩니다. 1인미디어, 1인 가구, 나 혼자 산다...... 가 트렌드라고 하지만, 송은이의 강연을 들으며 그 반대급부로 '함께'가 또 하나의 강력한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더 강력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흐름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강연의 핵심이었던 '함께'라는 키워드는 강연 내내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