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휘발되는 독서가 아쉬운 당신에게

이원석, <서평 쓰는 법> 리뷰

by 류정하


책을 읽고 난 뒤, 그 여운을 정리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경험은 누구나 있다. 한때 감동적이었던 문장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논리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만다. 이원석 작가의 <서평 쓰는 법>은 그런 독자들을 위한 정석적인 안내서다. 저자는 서평이 독서를 완결하는 작업이며, 동시에 글쓰기를 연습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강조한다.


책은 서평이라는 장르의 본질은 무엇이고, 왜 쓰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해,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짚는다. 특히 서평 초심자에게 유용한 점은, 감상과 해석을 어떻게 요약하고 평가로 전환할지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서평 작법 강의를 이어가던 저자는, 서평이란 장르가 어떤 윤리적 태도와 사회적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까지도 역설한다.


짧은 분량 안에 서평의 구조와 정신, 실천의 방향까지 밀도 높게 담긴 책이다. 다만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모든 독자에게 온전히 흡수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서평을 쓰려는 이에게 이 책은 든든한 나침반일 수도, 서평이라는 세계의 입구를 지키는 엄격한 수문장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책은 독자가 '서평을 쓰는 일'의 의미를 다시 자문하게 할 것이다.



좋았던 점: 짧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서평의 정석’


<서평 쓰는 법>은 얇은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 서평의 본질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저자는 서평을 '요약''과 '평가'라는 두 축으로 간명하게 정리한다.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하고, 요약 없는 서평은 맹목”이라는 표현이 이를 압축한다. 서평은 감상을 넘어선 논리의 글이며, 감동과 깨달음을 설득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이 빛나는 건 구체성이다. 초보 서평가가 단순한 인상 비평에서 벗어나, 책을 어떻게 요약하고 어떤 관점에서 평가할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독서 중 떠오른 생각들을 그때그때 메모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배열해 서평을 완성하라는 조언도 실용적이다. 이 과정에서 서평은 독후감을 넘어 자신만의 견해를 담은 글로 발전한다.


특히 ‘공감의 해석이 비판적 해석에 선행해야 한다’는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온전히 이해한 다음 비판하고, 강점을 먼저 파악한 뒤 약점을 지적하라는 것이다. 서평가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자세다. 이런 태도를 견지할 때 서평자는 책에 매몰되지도, 섣불리 비판하지도 않는 설득력 있는 균형점에 설 수 있다.


서평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한 점도 인상적이다. 서평은 타인에게 책을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고, 저자와 비평적 대화를 시도하는 글이다. 다시 말해, 혼잣말이 아니라 대화하기 위한 글이다. 저자는 서평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회 전체의 독서 경험을 넓히는 일임을 일깨운다. 무비판적 요약이나 독후감 수준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만한 가이드북은 드물 것이다. 얇은 책의 장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점: 너무 이상적인 서평가의 요건 제시


다만 그 '군더더기 없는 핵심'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서평을 '공적 실천'으로 전제하며 바람직한 서평의 요건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문제는 그 기준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막 서평 쓰기를 시작해보려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서평가의 조건을 살펴보자. 우선 자신만의 해석학적 중심을 세우고, 책이 놓인 거시적인 맥락을 글에 녹여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지적 깊이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책을 읽고 자기 언어로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초심자에게 해당 분야의 기존 저작과 이론 계보까지 끌어오라는 요구는 과중하다. 심지어 번역서 서평을 쓸 때는 본문에서 소개하는 다른 저작들의 국내 번역 여부와 제목까지 확인해서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저자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학술적 전문성을 전제로 한 까다로운 기준은 독자가 서평을 쓸 엄두조차 못 내게 할 위험도 있다.


"서평가는 교양인이며 동시에 운동가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부담스럽다. 비판적 독서를 통해 공론장에 참여하는 서평가는 물론 귀중하다. 하지만 단지 책을 읽고 자기 견해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독자에게까지 '공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하다. 이 책이 그리는 서평가상은 고결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크다. 책 전반에 걸쳐 '훌륭한 서평'의 기준이 나열될수록, 독자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주눅 들기 쉽다. 깊이 있는 서평의 가치를 강조하되, '이런 경지는 독서량과 서평을 쌓다보면 차츰 도달할 수 있다' 정도로 여유롭게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좋은 서평의 기준을 세우고, 서평 쓰는 사람을 늘릴 방도를 함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서평 문화 발전을 위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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