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준비하시니

이 모든 것이 은혜.. 은혜

by 간달프 아저씨

사무엘상 9장 묵상, 그리고 일상의 은혜들

사울이 왕으로 부름받기 전날,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이미 말씀해 두셨다.
“내일 이 시간쯤, 내가 한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에게 기름을 부어라.
그는 내 백성을 블레셋의 손에서 구해낼 것이다.”

사울은 처음엔 참 겸손한 사람이었다.
이스라엘의 탄식과 부르짖음에 응답하신 하나님은 그를 왕으로 세우셨다.
또한 그는 다윗을 처음 알아보고 불러 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울은 하나님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사무엘의 책망에도 스스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하나님의 악한 도구가 되었고,
다윗을 혹독하게 연단시키는 ‘훈련조교’가 되었다.

하지만 그 연단 속에서 다윗은 더 깊은 신뢰를 배웠다.
시편의 많은 찬양들이 그 광야의 시간 속에서 빚어졌다.

다윗도 가끔 하나님보다 앞설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망 앞에서 다시 흙의 자리로, 죄인됨을 고백하는 십자가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것이 다윗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이유였다.

그리고 나 역시, 늘 사울과 다윗 사이를 오간다.

교만과 겸손, 조급함과 기다림, 자기 의지와 십자가… 그 사이에서 방황할 때, 은혜의 십자가는
다시 나를 ‘흙의 자리’로 불러낸다 — 아, 십자가의 은혜.


새꿈공원예배 날, 단풍비가 내렸다.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붉은 잎들이 예배드리는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주님의 마음을 담아 내려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지붕도 없고 바람을 피할 곳도 없지만, 이곳에서 예배하는 너희를 사랑한다.”

‘비 준비하시니’ 찬양이 흐르는 순간, 하나님이 준비하신 은혜의 단풍비는 더 깊고 따뜻하게 내렸다.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성도들은 과일 대신 삶의 감사 제목들을 올려드렸다.
누군가 기증한 떡, 제주에서 막 올라온 귤, 그리고 연일 바닥을 드러내는 육개장.
사역자들은 식사를 못할 때가 많지만 그것조차 기쁨이 된다.

지금, 나는 예기치 않게 말씀을 듣는 자리에 있다. 주님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다.

비를 준비하시듯, 고난 속에 구원을 준비하시듯, 단풍비 속에 사랑을 흘려보내시듯..
주님은 오늘도 한 사람을 통해, 한 사건을 통해, 한 예배를 통해 일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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