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따리지만 행복한 이유"라는 제목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최근 봤다. 내용의 요지는 이러하다.
나이 30대 중반에 월급 200만 원대 중반을 받지만, 행복하다는 글이었다. 평생 노력 없이 무난히 흐르던 대로 살아왔고 지금에 도착했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소소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즐기며 사니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트렌드 흐름을 인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 뉴스처럼 커뮤니티 주요 글들만 보는 편이다. 항상 도파민이 솟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자랑과 서로의 일침이 난무하는 인터넷 야생 속에서 발견한 "~지만 행복하다"라는 이 글은 여운이 크게 남는다.
여운이 남는 이유를 돌아보면 이렇다. 난 대한민국 모든 고3 수험생이 인생을 갈아가며 공부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면 나는 무난한 내신으로 적당히 장학금을 받고 지방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시험 기간에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성적관리는 가능했다.
그러나 문제는 직장을 구하고 나서부터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9년이 되어간다. 정말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 커리어 부분의 노력을 제외하고 서도 당장 연봉과 평판을 높이고자 부단한 노력을 했다. 좋은 기회가 생겨 창업도 해보고 성공도 시켜보았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도 얻은 것도 많고, 업계에서도 내 만족도가 생길 만큼의 평판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더 위의 어딘가를 동경하며 치열하게 살고있다.
특히나 최근 가장 심했다. 재직 중인 부서 팀원들이 여럿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 여기 영향받아 이직 준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류 탈락과 면접 탈락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공고 자체가 없다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도전해 볼 회사 자체가 없다는 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가 피어올랐다. 오죽하면 대기업 공고 하나가 뜨면 지원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로또를 사지도 않고 당첨을 상상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들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너무도 기괴하다 느꼈다. 지금까지 내가 쌓은 것들은 잊은 채 또다시 어딘가를 비교하고 동경하며 고통받고 있었다. 과거 월급 130만 원도 못 받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것들을 이뤄냈음에도 지금이 또다시 힘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과거에 좋아했지만, 지금은 전혀 하지 않는 글쓰기와 독서이다. 망상과 상상이 많은 나에게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게끔 해주었고, 독서는 천천히 내용을 흡수하며 스스로 해석하게 하는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그렇다 보니, 우연히 보게 된 "~지만 행복하다" 하다는 글은 여운이 남는다. 현 내 상황에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 같기도 하면서 최근 나의 모습이 투영돼 흥미로웠다. 물론 위에 써 내려온 나의 스토리는 뻔한 힐링 명언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여유를 가질 때라 생각한다.
물론 다시금 나는 동경하는 어딘가로 올라갈 것이다. 저 글의 주인공처럼 "~지만 행복하다"를 끝까지 실천하지 못할 게 뻔하다.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도 나와 같이 못 할 게 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유는 필요하다. 이번 주말에는 나만의 “~지만 행복하다”를 고민하고 여유를 찾아야겠다.
이를테면 “내일은 출근하는 월요일이지만 행복하다” 같은 소소한 여유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