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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지 Jun 28. 2024

"~가 터무니없이 많다”

요즘 낸시 슬로님 에러니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쓰기를 읽고 있다. 문장을 풀어내는 방식을 좀 더 자유롭게 익히고 싶어 보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수많은 스토리를 뽑아내 글 감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중 “나는 ~가 터무니없이 많다”라는 파트를 보고 오늘의 글을 이어간다.


‘터무니없다’는 직역하면 ‘허황하여 전혀 근거가 없다’이다. 나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니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물건으로 보면 “나는 게임 관련 물품이 터무니없이 많다.”. 신형 게임기, 게임 패드, 게임 패키지, 게임 관련 레고나 피규어 등 다양한 곳에서 모은 게임 관련 제품이 많다. 사실 뜯지도 않고 하지도 않으면서 구매한 게임들이나 쓰거나 전시하지도 않으면서 구매한 게임 관련 물품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게임 관련 물품들은 나에게 당장은 필요 없는 터무니 없이 많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가 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소위 말해 게임 수저였다. 5살에는 아버지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초등학교 때는 옆집 아주머니가 지금도 희귀한 콘솔 가게 장사를 하셔서 세상 다양한 게임들을 경험했다. 이후 중학교부터는 대한민국 대 PC방 시대를 살면서 온갖 온라인 게임들을 섭렵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게임 기자가 됐고 지금은 게임 유튜버들과 일한다.


이 때문일까? 게임 관련 제품들은 나의 추억과 현실을 모두 자극한다. 플레이할 시간은 없지만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은 모조리 구매하고 전시한다. 정말 딱 5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 클리어까진 못해도 플레이는 꼭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피규어 모으듯 게임과 관련 제품들을 구매한다. 관련 품들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좋고, 현실에서는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되어서 터무니없이 많음에 정당성이 생긴다. 사실 게임은 나의 인생을 함께한 동반자와도 같고 앞으로도 나의 미래를 책임져줄 고마운 세상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게임 관련 제품이 터무니없이 많은 것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이어서 두 번째는 비물질적인 부분이다. “나는 잡념이 터무니없이 많다.”. 이 생각을 떠올려보니 부정적으로 볼지 말지 고민이 많다. 터무니없다는 부정적 뉘앙스에 맞게 단점으로 먼저 보자. 나는 잡념이 많아 집중 못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는 연필을 꺼내 우선순위를 나열한 뒤 그것을 해결할 때까지 다른 것을 보지도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오래된 제품을 발견해 그것을 버리러 가면서, 갑자기 빨래가 떠올라 베란다로 갔는데, 바닥에 머리카락을 보고 청소기를 찾다가, 청소기 먼지 통이 가득 찬 것을 보고 그것을 비우는 중에, 내일 약속이 떠올라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다가 “나 뭐 하고 있었지?”라고 떠올릴 정도로 잡념이 많다. 최근 위 나열한 모습을 재현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내 모습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집중이 정말 필요하기에 잡념이 터무니없이 많을 땐 힘들다.


다만, 잡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나는 아이디어 중심의 업무를 한다. 다양한 인플루언서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그들에게 좋은 광고주를 연결해 주거나, 그들을 활용한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잡념은 아이디어가 된다.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무언가, 인터넷 방송에서 스치듯 보았던 무언가, 내 일상에 아이디어가 될 만한 모든 무언가 들은 재밌는 콘텐츠의 근간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가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첨언할 수 있다. 또, 광고주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인들 상품에 알맞은 인플루언서 채널을 찾을 수 있도록 큐레이션 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까와 반대로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잡념은 터무니없이 많을수록 다다익선이다.


오랜만에 책에서 던져준 주제를 통해 나에게 터무니없는 것을 고민해 봤다. 나름 고쳐야 할 점도 느껴지면서 새삼 게임을 좋아했다는 점도 다시금 깨달았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글까진 아니더라도 이 주제에 대해 떠올려보길 권해드린다. 당신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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