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적인 측면에서
잡담은 말그대로 잡스러운 대화다.
잡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사실은 대화 그자체가 잡담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잡담은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진행함에 있어 아주 맨 아랫바닥에서 든든하게 지탱이 되어주는 근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잡담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잡담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잡담을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잡담만큼 재밌는 대화가 없고, 잡담만큼 쓸데없는 대화가 없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잡담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글은 오랜만에 두 편에 나누어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잡담, 두 번째 편에서는 아이디어에서 잡담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룰 예정이다. 지금 이편은 잡담과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다.
나는 앞서 [대화 낄 정도는 알아요] ["안녕하세요"라는 마법]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나열했다. [대화 낄 정도는 알아요]에서는 누군가를 대면하는 데 있어 '대화 낄 정도' 지식수준을 만들면 좋다고 말했다. 대상에 대해 혹은 무언가에 대하여 미리 알고 대면을 한다면 누군가 혹은 어느 집단에서나 빠르게 녹아들어 친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서 ["안녕하세요"라는 마법]에서는 사람은 직접 대면해야 기억과 경험이 생기고 이것을 기반해 서로의 관계가 만들어 진다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실마리를 잡담에서 찾는다.
위와 같이 아무리 관계를 시작한다고 하여도 유지가 되지 않는 관계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연락처에 저장된 '누군가1'이 된다. 또한, 필요하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하게 된다면 상대는 나를 매번 약한 선입견이나 벽을 만들어 대할 것이다. 아마도 '어? 이 사람 왜 전화했지?' '또 무슨 일있나 보네'라며 자세를 고쳐잡고 적당한 선을 그을 것이 뻔하다. 이 글을 보는 모두에게는 꼭 그런 경험은 한 번쯤은 있고, 그런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자세를 고쳐잡았으며 연락을 받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고 본다. 잡담은 이와 같은 상황을 다소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평소 아무런 이유 없이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또한 단순하게 안부를 물으면 다음 소통할 주제가 떨어지다 보니, 주제를 잡는다. 사실 주제를 잡는다기보다는 나의 경우 무언가를 접하다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면 그냥 연락한다.
당장 어제의 예시를 떠올리면 이렇다. 업무 때문에 넥슨 이벤트 홈페이지를 보던 중 창립 30주년 기념 '퀴즈퀴즈' 캐릭터 꾸미기 이벤트를 보게 됐다. '퀴즈퀴즈'는 2000년대 초반에 넥슨에서 서비스했던 퀴즈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명이다.
'퀴즈퀴즈'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그 게임을 열심히 즐겼다고 말하던 군대 동기 형이 떠올랐다. 바로 해당 이벤트의 링크를 따서 그에게 보냈다. 그렇게 보내니 그 형은 반가워하며 몇 마디 답변을 준다. 이어서 잘 지내냐는 안부와 함께 간단한 소통이 이어지고 대화가 마무리된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단순히 지나가다가 누군가 생각나는 것을 본 것뿐이고, 이를 그 생각난 사람에게 공유한 것이 전부다.
연락을 받은 형이 내가 연락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종종 연락하는 나에 대한 나름의 인식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나와의 과거의 추억이 지나갈 테다. 관계는 이렇게 유지된다.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늘 항상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잡담을 많이 건넨다. 전화를 걸거나, 카카오톡으로 재밌는 것들을 공유하거나 하는 등으로 말이다. 이러한 잡담을 복싱에 비유해 보자면, 이렇게 잔잔한 잽을 날리다 보면 상대의 내면 속 방어막은 없어지고 경계가 느슨해져 나와의 관계를 결국 만들게 되는 O.K의 순간이 온다. 물론 이겨야 하는 상대는 아니지만, 친해지고 싶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유효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람 관계는 자주 연락하다 보면 풀어지게 되어 있는데, 자주 연락하려면 무언가 있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이때 그냥 이러한 잡담은 관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국 그렇게 상대는 '아 이 사람은 원래 이런가보다' '아 이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하나보다' '어? 생각보다 (연락의) 의도가 없는 사람이구나'라며 나에 대한 경계를 푼다. 그렇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지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진짜 관계가 완성되어 돈독해지면서 진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그럼에도 서로가 예의를 지키며 선을 줄 타며 도움 주는 관계로 정립될 수도 있다. 관계의 진함은 상대마다 달라지겠지만 변함없는 것은 그 사람과 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평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가벼운 주제를 기반해서 연락을 자주 해보자. 그렇다면 거기서 관계가 시작되고 유지될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기에, 네트워킹에서 사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