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Persona)는 과거 연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한다.
지금 기준으로 판단해보자면 배우들의 배역을 페르소나라고 할 수도 있고 예능이나 유튜브 등에서 출연자들이 갖고있는 컨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도 평소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간다.
먼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근본적인 페르소나가 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에서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에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핵심 기억 저장소에 기억을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아를 형성한다. 이것이 보통의 흔한 사람들에게 생긴 첫 페르소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후 이렇게 생긴 나만의 페르소나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리잡는다. 본인의 페르소나가 마음에 든다면 그렇게 갈것이고 틀린 것 같다고 느끼면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혹은 본인의 페르소나가 어떤지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러고 살 테지만 말이다.
나는 30세가 넘어가면서 느끼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생각보다 내 페르소나는 위에 말한 것 처럼 하나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속한 커뮤니티마다 페르소나가 달랐다.
먼저 친구들과의 커뮤니티에서는 친구들이 보기에 나는 '외동아들'이라는 페르소나가 강했다. 하고싶은대로 해야한다거나, 형제가 없어 사회성이 조금 결여된다거나하는 등의 이미지가 있다. 동네 친구들 모임에는 길게는 유치원도 같이다닌 친구가 있다. 그렇다보니 친구들은 내 성장과정을 모두 보아서 나의 근본적인 페르소나 형성시기의 시행착오를 피부로 경험한 사람이다.
때문에 모임에서 친구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약간 내 말을 못믿어하거나 내가 무슨 주장을 하면 하고싶은대로 하려는 듯한 선입견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이유는 나도 모르게 친구들과 함께 있다보면 그 '외동아들'의 단점적인 면모를 뿜어낸다. 어렸을 때면 모를까 평소 하지도 않는 행동들을 하거나 "어휴 또저런다"라는 소릴 들을 만한 행동들을 한다.
'왜 그럴까'라고 고민해보면 정말 친한 친구들이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이라서 편하게 행동하는 듯하다. 또한 나 뿐만아니라 각자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근본적 페르소나의 '단점'을 알고 있고 그들도 친구들 모임에서는 그 '단점 중심'의 페르소나를 뿜오내서 인 듯하다. 어찌보면 그만큼 편한 곳이기에 하고싶데로 하는 것같다.
이어서 픽셀네트워크라는 회사를 함께 창업했던 멤버들 사이에서의 내 페르소나이다. 유튜버들과 회사 창업 당시 정말 힘들었다. 4개월 간 매출은 없었고 비즈니스 메일함에는 돌아오지않는 제안 메일들 뿐이었다. 그당시 매일 창업 멤버들과 어찌해야할 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싸우고 구로디지털단지 깔깔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화해를 수십번했다. 그렇게 픽셀네트워크는 자리잡았고 현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페르소나는 어마무시한 행동파이다. 사실 당시를 회상하면 행동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나기에 움직였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렇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나를 움직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내가 내놓은 가설과 방향성은 운이 좋게도 맞아 떨어졌고 덕분에 그들에게 나는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각인됐다. 물론 함께한 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달라서 이에 부흥하고자하는 분위기도 한 몫했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서는 모두가 열심히살려고 노력하고 서로가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도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서 나는 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기위해 공부하고 소위 나태한 사람이 아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이 외에도 부모님 앞에서는 한 없이 무뚝뚝하거나, 와이프 앞에서는 한 없이 인내심 강한 사람이 되기도한다. 이렇게 대표적인 관계에서만 나열해도 인내심 강한 페르소나, 외동아들 단점 모아 놓은 페르소나, 열심히 사는 페르소나, 무뚝뚝한 아들 페르소나, 그냥 말이 많은 페르소나 등 다양하다. 분명 나는 여기서 좋아하는 페르소나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과거에는 싫어하는 페르소나가 형성된 모임에 있으면, 그곳을 나가기 싫거나 빠르게 집에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하나하나를 즐긴다. 나의 경우 다양한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내 최고의 스펙이자 지향하는 인생 방향성이라고 생각하다보니 모임 하나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한 싫어하는 페르소나가 있기에 좋아하는 페르소나에서 더욱 열정적이되고 단점 가득한 페르소나를 더욱 보완해가며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페르소나는 내가 하고싶은 배역일 수도 있지만, 그 어원이 가면에 있는 만큼 남이 씌워준 선입견의 영역에서 생기기도한다.
때문에 내가 원치 않는 페르소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는 바꾸기위해 노력하거나 견디기 힘들다면 그 모임을 떠나거나 아니면 나처럼 그저 즐기면 될 뿐이다. 물론 소위 왕따 당해도되는 그런 사람이라는 페르소나가 모임에서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그곳은 버리는게 맞지만 세상이 마음대로 되진 않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이니 오해는 마시라.
이렇게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각자만의 페르소나가 있을 테다. 그간 한 개의 페르소나만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기회에 각 모임마다 내 페르소나가 어찌 형성되었는 지, 내가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직접 썼는 지 누가 씌워줬는 지 한번 고민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만약 싫어하는 페르소나 가득이라면, 좋아하는 페르소나 가득이라면 각각 마다의 자기 성찰을 해보시며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