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웹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자는 일반 회사원들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기자님은 선배님이다. 회사가 다르지만, 같은 카테고리 기자님들은 모두 선배이다. 처음으로 현장을 나가기 전 편집장님은 막내인 나를 불러 몇 가지 일러주었다.
"훈기야 현장 가면 모두 선배야, 그러니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예의 바르게 인사하렴"
"홍보 담당자를 보아도 무조건 존대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하렴"
편집장님은 예의만 갖추면 무슨 상황이 벌어져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셨다.
더불어 이 말을 강조하셨다.
"현장에서 딱 3번까지만 인사해"
"매 현장에서 인사했는데, 걔가 쌩까면 그다음부터는 신경쓰지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장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대부분의 선배님은 젊은 기자가 인사하러 다니면 반겨주신다.
하지만 어디에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특정 인원들이 인사를 절대 받아주지 않았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10번씩은 인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빤히 쳐다보는 시선뿐이었다. 특히 1명은 술자리 등에서 가까이 앉았음에도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만 했다.
이때 편집장님의 "3번까지만 인사해" 의 의미를 알게 됐다.
내가 예의를 차렸을 때 상대방이 무조건 받아줘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3번 이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만해도 된다. 나 역시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계속 예의를 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첫 가르침의 영향으로 무조건 예의 바르게하려고 한다. 다만, 항상 이렇게 행동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딱 3번까지만' 예의를 보여도 될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게 됐다.
소위 말해 싹수가 보인다.
어찌 보면 편집장님의 가르침은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을 알게 해주신 것 같다. 우리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와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소거법은 필요하다. 물론 3번 인사하고 이후부터는 싹수없게 행동하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관계를 더 넓혀가는 데 있어 나의 예의 바른 행동은 사람을 판단하는 눈을 길러준다는 말이다.
또는 반대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사용해 보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남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 관계는 끊이질 않는다. 특히나 관계는 인간 중심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먼저 예의 바른 행동을 통해 상대를 대하고 반응을 보는 것이 좋다. 어찌 보면 지난번에 작성한 '사과받는 방법'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나의 행동이다.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은 사람, 그리고 좋은 사람들만 남기고 싶은 사람들은 오히려 예의 바르게 행동해 보길 추천한다. 앞으로 기억하자 '3번까지만 예의'를 차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