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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심술이 없다

by 천우

물은 심술이 없다

우리가 매일 먹어야 살 수 있는 물은 사람들처럼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세상살이를 물처럼만 산다고 하면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도 남을 것이다. 인간이 먹다 버리는 모든 것을 물은 묵묵히 다 받아준다.


하수구의 물은 무엇이든지 다 받아 주는데 과연 사람은 무엇을 받아주는가? 위대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받아주는 것이 무엇인가?


최소한 물처럼만 인간이 산다면 세상살이에서 서로 양보를 못 할 것이 없다. 인류의 역사가 수없이 많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흐름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고 서쪽으로 지는 자연의 순리처럼 물도 쉴 사이 없이 흐르고 흘러 작은 냇가에서 큰 강줄기로, 큰 강줄기는 넓은 바다로 흘러간다.


바닷물은 항상 밀물과 썰물이 있어 들어왔다가는 다시 나가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 반복된 현상을 단 한번이라도 멈춘 적이 없다.


88억의 인구가 매일 먹고 버리는 각종 오물과 배설물을 아무런 불평한마디 없이 묵묵히 처리해주는 것도 역시 물이다.


이런 물의 존재를, 소리 없이 하수구를 통하여 정화되어 흘러가는 희생적인 과정에 대해 우리 인간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자신들에게 그저 더럽고 흉한 못 쓸 것들이 우리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고만 여길 뿐이다.


우리들 모두가 늘 깨끗하고 청결한 상태에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런 고마움이 어떻게 해서 현 상태로까지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머릿속에서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항상 모든 것이 그저 깨끗하게 있는 것인 냥 당연시 하고 있다.


이런 물이 만약 심술을 부려서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고여만 있던지, 바닷물 역시도 어느 날부터 인가 게을러터져 들어왔다 나갔다,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88억의 인구가 배설해 내는 그 엄청난 각종 오물을 과연 감당해 낼 수가 있겠는가?


오물이 흘러가고 있는 하수구 위에서 생활하는 우리 인간들이 물의 고마움을 전혀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마치 부모님이 우리 자식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묵묵히 희생하시는 것처럼, 물 역시도 말 없이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물은 인간이 행하는 것처럼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도 물처럼 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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