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18

어머니와 마지막 시간들ᆢ

by 천우

이 글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

마지막 일주일 동안

내가 곁에서 보고, 듣고, 만졌던

시간의 기록이다.

잘 쓰려고 쓴 글이 아니라

버텨 낸 시간을 그대로 적어 두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오신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담당 교수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조교수가 병실로 왔다.

그는 각종 검사 자료와 필름을 보여 주며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주위 가족들과 상의하라는 말만 짧게 남겼다.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는 분명 털고 일어나실 분이라고,

의사의 말은 틀렸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그러나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 쉬고 계신 어머니 앞에서

나는 이미 기로에 서 있었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병실은 눈물로 가득 찼다.

가게에서 일하던 아줌마도,

누님도,

모두가 울었다.

밤이 되어 사람들은 하나둘 돌아가고

누님과 나만 어머니 곁을 지켰다.

젊은 의사들은 밤새 교대로

손으로 산소를 주입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그들 또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병원을 나섰다.

어머니가 영원히 쉬실 자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명륜역에서 첫차를 타고

영천 만불산으로 향했다.

전망이 트인 곳,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은 자리를 골랐다.

부도탑 번호 2878번을 계약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입에는 여전히

플라스틱 호스가 물려 있었고

누님은 말없이 간호를 하고 있었다.

나는 중환자실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사는 이미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월요일에 담당 교수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하루라도,

조금이라도

희망을 붙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많은 친척들이 병실로 모였다.

담당 교수는 모든 자료를 다시 확인한 뒤

집으로 모시거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라는

최종 결정을 전했다.

의견은 갈렸다.

그러나 선택은 결국 내 몫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중환자실에 그대로 두고

조금 더 곁에 있기로 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아

내 발등 위에 올려 보았다.

아직 체온이 느껴졌다.

그 온기 하나로

나는 위안을 얻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머니의 숨은 얕아졌고

몸은 점점 식어 갔다.

검은 색에 가까운 소변,

힘겹게 나온 마지막 대변을 보며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손을 잡고,

몸을 주물렀다.

이 시간이

어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종 이틀 전,

병실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숫자는 의미를 잃었고

기계음만 남았다.

나는 어머니의 귀에 대고

계속 말을 걸었다.

혹시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마지막 바람 때문이었다.

임종 하루 전,

의사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가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머니와 작별을 나눴다.

나는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조용히 전했다.

그리고 새벽,

어머니의 숨이

한 번 크게 들린 뒤

멈췄다.

병실은 고요해졌고

의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고통이 사라진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해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머니, 고생 많으셨어요.”


정환석님 남포동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vTRGGFgt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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