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25

임종 7일 전

by 천우

어머니 임종 7일 전 2002. 1. 18 금요일이다.

오늘은 5일장이 열리는 구포장날이다. 난 어머니 곁에서 끝까지 간호를 하고 싶었으나 산희엄마가 기필코 병실을 지키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또 가게에 나갔다.


하지만 간밤에 어머니와 밤새도록 아픔을 함께 나누고 나니 몸도 피로하고 잠도 왔지만, 한시라도 빨리 장이 끝나 왠지 어머님께 가고 싶어 하루 종일 내가 무슨 일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저녁이 되어 장이 거의 끝날 쯤에 누님에게 가게를 맡기곤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을 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저녁을 해결하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써 눈에 보이는 만두집에 들어가서 황급히 만두 몇 개를 먹고는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병원 정류장인 구덕운동장에 내려 왠지 마음이 급하여 정신없이 육교를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산희엄마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갑자기 숨을 쉬시지 못하신다는 것이다. 난 정말 미친 듯이 병원으로 뛰어가 병실에 막 들어서니 어머니의 침대는 텅 비어있고, 모포와 시트만 덩그래 남아있었다.


난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간호사들에게 알아보니 기관지 삽관을 하여 간호사실에 계신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간호사실 치료실에서 입안에 물린 플라스틱 구멍 속으로 인턴의사가 손으로 산소를 계속 주입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누워 계셨다.


의사의 말은 단지 이것만이 어머니의 수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산희엄마와 조카 민후는 밖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였고, 난 간호사실에서 의사가 주입해주고 있는 인공호흡을 몇 시간동안 똑같은 자세로 지켜 볼 뿐이었다.


오늘은 어머니와의 단둘이서만 아픔의 밤을 지새우는 것 대신에 젊은 의사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의 기관지 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고 있는 상황만이 밤새도록 반복되어졌다. 여태껏 계속되어졌던 어머니의 아픔 고통의 소리를 오늘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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