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5일 전
어머니 임종 5일 전 2002. 1. 20 일요일
어머니가 쉬실 자리를 보러 가다
아침이 되자 병실의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며칠째 산소호흡기와 기계음만 바라보다가
나는 병원을 나섰다.
어머니가 쉬실 자리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명륜역에서 첫차를 타고
영천 만불산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산에 도착해
전망이 트인 곳을 한참 바라보다
한 자리를 골랐다.
앞이 막히지 않았고
어머니가 답답해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
부도탑 번호를 계약하며
서류에 이름을 적었다.
살아 계신 어머니의 이름을
묘 자리에 먼저 적는 일이
이렇게 무거울 줄은 몰랐다.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여전히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계셨고
누님은 말없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어머니가 계신 병실과
어머니가 쉬실 자리를
하루에 모두 다녀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