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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3일 전

by 천우

어머니 임종 3일 전

2002. 1. 22 화요일


어머니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든지 계속된 밤샘이었지만 깜박 잠이 든 시간도 아까웠는데, 나도 모르게 깜박하는 사이에 누군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눈을 번쩍 떴다.


어머니의 몸에 어지럽게 연결된 각종 의료장비들인 전자계기판 수치가 혈압을 76으로 가리켰다가는 순식간에 106으로 되다가 갑자기 정상혈압의 반 수치로 다시 뚝 떨어졌다.


정상인들의 120/90의 반인 65/45로 떨어져 버린 혈압 수치를 보자 순간 당황하여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현재 어머니의 몸 안 상태는 최악이었다.


오늘 새벽에는 소변 호스에서 흘러나온 아주 소량의 소변 색깔이 검은 흑색이었다. 간밤에 보신 총 소변의 량이 10리터도 되지 않은 것은 보니 지금 어머니의 오장육부는 제 기능을 다 못하시고 있는 것 같았다.


새벽에 보신 검붉은 물변 역시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신 채로 오직 항생제와 영양제 주사만으로 여태껏 견디어 내셨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물 변이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보신 마지막 대변일 수도 있다. 물 한 방울도 못 드신 어머니께서 무슨 이물질이 몸속에 남아있다고 이런 끈적끈적한 고약 같은 대변을 보실 수가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신분이다.


그 마지막 대변을 보실 기력이 아직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어머니의 변이 시트에 묻지 않게 말끔히 치워드렸다.


어머니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주사를 맞으시면서 끝까지 견디어 주신 덕분에 나 역시 지금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의 두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어머니의 두 팔을 만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왜 이다지도 답답하고 아픈지 모르겠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더 이상 어머니의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가 없다고 생각하자 백년도 사시지 못하고선 이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신체로 가만히 누워 의식도 없이 스스로는 숨도 쉬지 못해 산소 호흡기를 의지하곤 아무른 저항 한마디도 고통의 동요도 없이 오직 임종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를 지켜보고 있는 난 지금 행복인지 불행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어머니의 몸은 시시각각으로 꺼져가고 있는 불빛처럼 자꾸만 희미한 안개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점점 나의 시야에서 사라질 것 같은 어머니를 한참 보고 또 봤다.


어머니의 두 눈은 이제 더 이상 뜰 힙조차도 없으신지 그냥 허공만 쳐다보신 눈이 감겨져있다.


입안에는 산소를 공급해주는 호스와 호흡기 장비를 위한 플라스틱 기구들이 잔뜩 물려져있다.


어머니의 잘 생긴 이마에는 한 많은 여생의 징표인 냥 혹이 하나 솟아나 있고, 물에 젖혀드린 흰 거즈가 올려져있다. 막내 손자 동우처럼 앞뒤 짱구라 두상은 영리하게 보였다.


늘 곱게 매만지 머리카락들은 병원 생활에 힘겨워 어지럽게 뒤엉켜져 있다. 어머니의 잘생긴 두 귀는 마치 부처님의 귀 같다.


귀밑의 아름다운 목 줄기에는 아직도 생명의 힘인 냥 꿈틀거림이 여전하다.

목 줄기를 타고 내려온 오른 쪽 어깨에 꼽힌 각종 주사바늘 통로 역할을 할 큰 혈관에는 넓고 큼직한 반창고가 붙어져있다.


오른 쪽 팔뚝에는 혈압 측정기가 감겨져 있다. 왼쪽 어께와 팔뚝에는 다행히 주사바늘을 뽑아 줘서 별다른 의료기구가 없다.


양쪽 가슴에는 심장 초음파 자석들이 젖꼭지 바로 위에 붙어져있다. 가슴 중앙에는 심장 속에 꽉 찬 물을 뽑아내기 위하여 이곳 대학병원에서 심장천자를 한 후에 꿰맨 흔적이 선명하였다.


어머니가 이 심장 수술 때 얼마나 아팠으면 두 번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겠다고 하셨다.

복수가 가득 차 있던 배안은 이제 너무 여러 번 복수를 뽑아내어 홀쭉하였다.


어머니의 폐는 어떻게 되었는지 가래와 기침이 정말 심하였는데, 입안에 물린 고무호스 때문에 가래 끓는 소리는 좀 약해져있다.

가끔 호스 안에 가득 찬 가래를 진공 가래청소기로 말끔히 세척할 때마다 어머니는 편안하신 모습을 하셨다.


폐를 둘려 싼 폐 주위 늑막의 물도 뽑았다. 몸속에 있는 모든 물들을 다 뽑고 나면 이제는 더 이상은 밖으로 빠져서 나올 수분도 없다.


어머니의 양쪽 손등은 소변을 보지 못한 채로 통통 부은 상태다. 뼈만 앙상한 두 팔과 다리는 주사를 놓기 위한 수많은 주사 바늘 자극의 흉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있다.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보다 더 말라붙어 있다. 야윈 어머니의 두 다리를 보면서 어머니가 우리를 키워 주셨는데, 그 보답을 하고 싶어도 이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안타깝고 힘겨운 순간들이라 나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어머니의 방광에 연결된 소변기는 방광 속에 있는 소변 양을 조절하듯이 소변기 호스를 따라서 잘 나오다가는 오늘 아침부터는 노란 소변대신에 검붉은 초콜릿 같은 색깔로 현저히 양이 적게 나오는, 이런 어머니의 순간순간 상황을 난 어머님의 곁을 지키면서도 항상 모든 것을 착실히 메모하였다.


이 메모들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부모님께서 마지막 돌아가시면서 자식들에게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듦 증표가 될 것이다.


현재는 산소호흡기로서 어머니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유지 될지는 몰라도 지금 내 눈앞에 의식은 없지만 누워계신 어머니가 나에게 가르쳐 주신 영원불변의 교훈들이 너무 많다.


꼼짝할 수 없이 누워서 하루하루를 지탱하시는 모습 속에서 어머니가 말없이 나에게 가르쳐 주신 값진 교훈들이 말로는 할 수가 없지만 눈빛으로서 전달되어졌다.


이렇게 누워서도 나를 가르쳐 주신 덕분에 나에게 책을 쓸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신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점점 의식을 잃고, 힘이라곤 하나도 없고, 몸속에 있는 모든 장기들은 이제 거의 정지 상태다. 눈의 동공은 초점이 흐려진 채로 전혀 아들을 못 알아보고 계시지만,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손을 꼭 지고서 힘을 주곤 놓지 않았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머니를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 어머니 몸의 모든 장기는 정지되어있지만 이렇게 나와 손을 꽉 진체 계시는 어머니와 나와의 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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