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30

임종 2일 전

by 천우

어머니 임종 2일 전 2002. 1. 23 수요일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혼란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결정하기 힘들어 갈팡질팡 했다. 대학병원의 시계는 2002년 1. 23일 오후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곳 중환자실은 TV가 없다. 모든 분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곳이라 일반 병실처럼 TV를 켜지 않는다.


아래층 중환자실 보다 이곳 중환자실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아래층 중환자실은 큰 수술을 마치고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회복이 될 희망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계신 이곳은 전혀 가망이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 11층에 있는 환자들은 정말 죽음의 문턱을 들어선 사람들만이 모인 곳이다.


모두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환자와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의 가족들, 그래서인지 환자의 옆에서 마지막 죽어 가는 환자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누군가는 가족이 꼭 붙어있어야만 한다.


어머니가 기관지삽관을 급하게 한 이후부터 꼼짝없이 옆에 붙어 혹시나 싶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며칠 밤을 샜다. 혹시나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그저 한 번씩 의식 없는 경련을 하시며, 역시 의식 없는 눈까풀의 움직임과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 그 몇 초간의 순간들만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그 외에는 다른 움직임이나 아무른 감각이 없으시다. 그래도 아직은 목덜미 주위에서 꿈틀거리는 호흡의 움직임이 여전하신 어머니를 쓰다듬으며 나의 암담한 현재의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럽기만 하였다.


오늘은 일찍 담당교수가 회진을 왔다. 함께 수행하는 의사들 중에는 담당주치의 여의사는 없었다. 담당교수는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했다.

가능하면 빨리 집으로 모시고 가시어 임종을 맞이하라니, 이놈의 병원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정말 어머니를 이제는 집으로 모셔야 하는 것일까?

오직 산소호흡기 하나만으로 숨을 쉬시는 어머니가 집으로 가야 하는가? 난 결정을 해야만 했다.


지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시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신 집에서 편안하게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난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가 없어 또 고민하고 갈등했다.


혹시 깨워 날 실수 있는 방도는 없는 것일까? 난 11층 중환자실 복도의 창문을 열고선 저 아래 펼쳐진 먼 곳을 봤다. 저 멀리 보이는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아!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만큼은 넓은 대지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이 자식으로서 마지막 ‘할 도리’라고 나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서 손자, 손녀, 아들, 딸, 며느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구포장의 걸쭉한 공기를 마지막 마시게 해드리는 것이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것이 어머니가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노고를 마지막 털어 버릴 수 있는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해답이라고 결정을 한 것이다. 난 이 결정을 2002년1월23일9시 정각에 간호사에게 알렸다.

이 결정이 “효”인지 “불효”인지는 ‘최선’인지 ‘최악’인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머니를 집으로 모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11층 당직의사는 간호사의 보고를 받고는 급히 퇴원 수속에 관한 모든 절차를 처리해 주었다. 사실 어머니의 퇴원은 너무 간단하였다. 하시라도 집으로 모실 생각이 들면 퇴원비만 지불되면 바로 영수증 확인 후 퇴원이 가능했다.


어머니의 생명은 시시각각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었다. 지금 퇴원을 하여 집으로가 산소 호흡기를 재거하면 과연 계속하여 숨을 쉴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쭈빗쭈빗 서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조그만 있으면 병원에 있는 모든 의료 장비를 제거하고는 그토록 가고 싶어 한 집으로 가야한다. 과연 이것이 내가 어머니께 이 세상에서 마지막 해드리는 유일한 일인가?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피가 마른다. 입술이 떨린다. 나의 행동이 옳은 일인지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릿속이 텅 빈 것 같다. 드디어 조금 있으면 어머니는 집으로 가신다. 영원히 더 이상은 어머니의 형상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내 눈앞에서 펼쳐질 것이다.

그 시간은 앞으로 몇 시간 아니 몇 분 사이에 벌어지게 될 현실이 너무 무섭다. 아! 이 순간의 시간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직도 어머니의 몸 구석구석은 따스한 체온이 감돌고 있는데도, 여전히 산소호흡기로 의지 하신 채로 숨을 쉬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도, 그냥 이 상태로 현재가 난 정말 좋았다.

비록 입안에는 꼼짝 못하게 고무호스로 연결된 어머니의 생명줄이 어머니의 숨을 대신 쉬게 해 주고 있지만, 아무리 의사의 진단이 가망 없다고 강조를 하여도, 뭔가는 뾰쪽한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어머님! 이 못난 아들이 지금 어머님을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으로 모시고 가려고 합니다. 이 못난 놈을 나무라 주세요. 어머니! 이런 제가 ‘효자’입니까? 아니면 천하에 ‘불효자’입니까? 아니 저의 이 행동이 최선의 결정입니까? 아니면 최악의 결정입니까? 강한 괴로움과 엄청난 울림이 나의 가슴속과 텅 빈 뇌 속에서 심하게 진동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300회 +29ㅡ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