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1일 전
어머니 임종! 1일 전 2002. 1. 24 목요일
어젯밤 늦게 어머니는 병원 앰뷸런스에 실려 어머니 삶의 터전이신 구포 시장 집에 도착했다. 방금 돌아가 버린 젊은 의사는 여러 번 해본 익숙한 솜씨로 어머니가 여태껏 입안에 물고 있었던 플라스틱 자갈과 고무호스는 제거되어 졌고, 그가 사라진 곳을 다시 바라보니 마치 저승사자가 뒷모습만 남긴 채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의료 장비도, 의사도 없는 이곳에 어머니의 육신만 덩그래 남게 되었다. 어머니의 몸에는 지금까지 달고 계신 의료장비가 없으니 뭔가, 좀 허전했다.
어머니의 몸에 칭칭 감겨진 모든 의료장비들이 완전히 하나씩 벗겨져 나갔다. 이 해방 된 기쁨을 정녕 맛봐야 할 어머니는 덩그러니 육체만 있을 뿐이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이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시지 못하신 어머니께서 이제는 마치 하늘을 날 것 같은 이 가벼움을 맛보셔야 하는데, 어머니의 마음과 생각이 더 이상 어머니의 육체에서 나타나지 않으신다. 전혀 느낌이 없다.
어머니 자신이 스스로 느끼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그저 육체뿐이다. 느낌이 없는 육체, 아프다고, 통증의 호소도 없는 육체만이 있을 뿐이다.
조금 전 젊은 의사가 기관지 안 깊숙이 꼽아둔 고무호스를 뽑을 때 묻어 나온 이물질들은 어머니께서 이승에서 마지막 호흡을 한 흔적들 이냥 허연 살점 같은, 아니 가래덩이 같은 이 물질들이 뒤엉켜서 고무호스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 허연 살점들이 더덕더덕 붙은 체 고무호스가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쭉 빠져 나온 순간부터 어머니의 호흡은 잠시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모든 숨을 어머니 혼자서 스스로 쉬어야 한다.
바로 이곳은 어머니가 늘 오고 싶어 하시던 집이다. 그러나 이집에는 어머니를 도와줄 의료장비도, 의사도 다 가버렸다.
이제 어머니가 숨을 쉬는 것으로 생명은 유지된다. 제발 오랫동안 숨을 쉬어 주셔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호흡은 자꾸만 가쁘다. 어머니의 이승에서 마지막 호흡은 어머니 스스로 해야만 하시는데, 아! 그 시간, 그 시간이 너무나 짧다.
제발 조그만 더, 조금이라도 호흡을 더 해주시길 간절히 기원 드리는 아들의 마음도 모른 채로 자꾸만 자꾸만 호흡을 멈추시는 것 같다.
어느새 어머니의 입안에는 고무호스를 뺀 흔적들만이 그냥 그대로 남겨져 있는 채로 입을 다물지 못하신다. 이제는 반쯤 벌어진 어머니의 입안에서 뜨거운 호흡의 느낌도, 숨소리조차 드리지 않는다.
자꾸만 점점 더 가늘어져 가는 어머니의 숨소리를 듣기 위하여 난 다물지 못하신 어머니의 입 가까이로 나의 귀를 바짝 되고선 거의 들리지 않는 어머니의 숨소리를 듣고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아들이 애타게 듣고자 하는 숨소리는 자꾸만 자꾸만 멀어져만 갔다. 정녕 믿기가 어렵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고생만 하신 어머니가 이런 식으로 숨을 쉬시지 못한 채로 이승을 떠난다는 것을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제발 거친 숨소리로 뜨거운 호흡을 단 한번 만이라도 꼭 해주시옵소서!’ 하고 난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더 이상 이 못난 아들을 위해 숨을 쉬어 주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