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32

임종

by 천우

임종

현재 시각 2002.1.24.01:00경이다. 반쯤 다물지 못한 채 정지되어버린 입안에는 조금 전에 뽑아낸 고무호스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젊은 의사가 가면서 일러준 대로 종이를 말아서 뾰족한 끝 부분으로 어머니의 동공을 찔러 보았다. 맥을 짚어 보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으시다.


가슴을 만져 보았다. 차가웠다. 어머니의 형체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점점 몸은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아랫배와 사타구니 쪽은 여전히 따스한 체온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온기가 있었다.


나는 지금의 이 현실을 인정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온몸을, 아니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는 한 부분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허둥지둥 여기저기를 만졌다. 이것만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못난 아들을 낳으시기 위해 열 달 동안이나 불러 있었던 어머니의 따뜻한 아랫배는 아직까지도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는 희망의 빛이기에 난 만지고 또 만져 봤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열 달 만에 나를 낳으시어 배부르게 먹여서, 키워 주시기 위해 늘 젖을 먹여주신 어머니의 그 위대한 젖꼭지도 그대로 있는데 아! 이 모든 것들은 그저 형체들만 있단 말인가? 아무리 꼬집고 비틀어도 전혀 아픔도 느끼지 못하신 체 움직임도 없으시다.


어머니의 그 존엄한 젖꼭지로 나를 이렇게 성장 시켜 주셨는데, 지금은 그 존엄한 형체만이 있을 뿐 아무른 감각도 느낌도 없다니 참으로 슬프고 비통한 순간이다.


자식들을 위하여 평생 동안 모든 것을 아끼지 않으신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더 천천히 바라보았다.

평생 우리들을 위해 먹을 것도 먹지 않고, 입을 것도 입지 않으신 채로 그렇게 힘든 삶을 모질게 견디면서 살아오셨는데, 그 하찮은 고무호스 하나를 함께 따라 온 젊은 의사가 뽑아 가버리자 채 몇 초도 버텨내지 못하시는 어머니의 마지막 생의 시간이 너무나 짧고 가엾으시다.


이승에서 마지막 가시는 임종이라는 모습을 애타게 쳐다만 볼 뿐 아무런 조치나 해결방안도 모색할 수가 없는 나약한 힘인 나의 능력에 정말 분통이 터진다.


그 어떠한 짓도 내 능력으로선 하나도 할 수가 없는 한심스러운 현실을 받아드려야만 하는가?


결국 난 어머님과의 13일간 마지막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로 어머니를 그냥 그대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 어머니를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 이 아들의 지금 심정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겠나? 난 어머니의 그 숭고한 자식 사랑에 과연 뭘 해야만 하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 어머니들이 평생을 자식 위해 사시다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신다면 그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이 할 수 있는 이승에서의 일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찾아내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순간의 현실이 “효”인가 아니면 “불효”인가 정녕 ‘최선’인가 아니면 ‘최악’인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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