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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Nov 24. 2015

앞이 안 보여 감사하다는 그

그럼 난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

<일기와 수필 사이>


최근 들어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그렇다고 나쁜 건 절대 아니다. 기분이 그렇다고 무슨 문제가 갑자기 생긴 건 더더욱 아니다. 그냥 요즘 들어 애써 밝은  척하는 내 모습에 지치고 힘들 뿐이다. 그래서 그냥 내 기분대로 지냈는데, 그게 주변 사람들에겐 신경이 많이 쓰였나 보다.

"뭐 안 좋은 일 있어?"

이런 말을 한두 명한테, 한두 번 듣는 게 아니다 보니 오히려 나도 신경 쓰이고 불편했다. 어떤 날은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내 입장이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어쩔 수 없이 내 기분따라 지내는 건 그만 두기로 했다.


'다시 힘을 내자!'

그러려면 뭔가 불씨 같은 게 하나 있어야 하는데, 좀처럼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행운을 간절히 바랬는지 꿈을 하나 꿨다. 꿈에서 로또 번호 6개가 생생하게 다 보여 그날 바로 복권을 샀다. 그런데 맞춘 번호는 딸랑 1개가 전부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시던 아버지 잔소리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감나무 밑에서 서 있는 건 그만하기로 하고, '뭘 할까'를 고민을 해봤다.

가지고 싶은 물건이 없어 쇼핑은 하고 싶지 않고, 비싸고 맛있는 음식은 먹어봤지만 효과가 그다지 없었다. 영화를 봐도, 잠을 푹 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목욕탕은 그날만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달리기는 오히려 평상 시보다 더 많이 뛰게 될 뿐이었다. 더군다나 다음날 무지 힘들어지는 부작용까지 동반하였다.


문제는 내 상황인데, 그 상황라는 게 갑자기 변하지가 않으니 내 기분도 영 아닌듯했다. 그래서 거꾸로 내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상황이야 당분간 바뀔 형편이 못된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바뀔까?'

고민 끝에 기쁜 일, 감사한 일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생기지 않으니깐,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런데 감사한 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에 생각을 곱절로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감사(THANK)와 생각(THINK)은 그 어원이 같다고 하니, 감사를 하기 위해서 생각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니깐 말이다.


그러던 중 추수감사절 담임 목사님을 통해서 강영우 박사의 감사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나의 상황이 이러다 보니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목사님께 들은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시각장애인으로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 차관보 직급까지 올랐던 강영우 박사(가운데), 안과 의사인 강씨의 장남 진석(왼쪽)씨와 미국 법조인 차님 진영(오른쪽)씨.

14세 때 시력을 잃은 강영우 박사는 자신의 실명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재임 중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명으로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역임하였고, 각종 기관의 책임자로 활동하였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중학생 나이에 시력을 잃고 살아간다는 게 누구에게나 감사할 거리는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고, 자신의 장애 때문에 큰 아들은 안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리고 둘째 아들은  약한 자를 돕는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래서 시력을 잃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에 대해 궁금해져 기사를 몇개 읽어보니, 그는 시력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실명으로 인해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고 형제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난 무엇을 감사해야 될까?'


꼭 감사할 필요는 없지만, 감사를 하면 좋았던 일들이 생각나 조금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그래서 깊이 생각을 한다. 감사할 거리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나에게 깨달음이 있진 않을까 하고. 그러면 나 역시 그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의 나의 잃음에 대해서 감사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잃어버린 것이라고 하니 먼저 간 아이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그냥 내가 겪은 일이라고 하자. 언젠가는 나의 고난과 상처가 고마워질 날이 있을 거다.


그런데 어쩌면 그 생각이라는 게 나이겐 기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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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글을 쓰고 보니, 내가 아주 심각한듯한데 그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상념이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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