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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Apr 22. 2020

진짜 부모가 되어가는 법

부모가 되어 본 사람은 안다.

인생은 부모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것을.


부모가 되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은 대부분 예측불가능하며, 통제불가능하다. 그래서 언제나 새롭고 낯설다. 그리고 그것은 삶을 다채롭게 만든다.

살면서 하는 많은 경험들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연애를 할 때는 그 감정의 깊이가 더욱 깊어진다. 많이 행복하고, 많이 슬프고, 많이 화가 난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여러 번 거치고 나면 우리는 안정을 찾고 싶어 한다.  

어찌됐든 결혼을 하고 나니 '극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어차피 내 사람이니 왠만한 문제는 넘어가게 되고, 싸워서 감정이 상해도 한 공간에 있다보니 금세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다보니 다툼의 수위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평온이 찾아왔다.

부모가 되고 나니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은 기초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극도로 행복하고 극도로 걱정되고 극도로 두려우며 극도로 불안하고 극도로 힘들어졌다. 그중 부모가 되기 전과 후 가장 간극이 큰 감정은 '두려움'과 '죄책감'이다. 이전에는 크게 느낄 일이 없던 낯선 감정이었다. 또한 내가 이토록 자기반성을 잘 하는 훌륭한?! 인간인 줄 미처 몰랐으며, 또 이렇게 못나빠진 인간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장보고 반찬만드는 기본적인 가사노동에 밥먹이고 간식먹이고 닦아주고 양치시키고 씻기고 옷갈아입히고 놀아주는 육아가 더해지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언제나 넘었고 그 생활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갔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쏟아내고 자책하고 그런 자신을 보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어느 순간 돌아본 내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나'가 아니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지, 나는 제대로 된 부모가 맞는지 한 순간도 스스로 물어보지 않은 적이 없다. 내가 가는 길이 옳지 않을까봐 두려웠고, 아이가 다칠까봐, 아플까봐,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까봐, 상처를 줄까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까봐, tv에 나오는 무서운 일들이 내 아이에게 일어날까봐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만큼 수많은 항목으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고 나는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다.


요란한 폭풍우가 지나고 고요해진 바다처럼, 시간이 흐르니 폭풍우처럼 느꼈던 세계가 일상이 되고 격렬했던 감정들은 차차 익숙함이라는 옷을 입고 온전히 내것이 되었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그걸 인정하며 나는 부모가 되었다.


이제 나는 부모인 내가 좋다. 부모가 아닌 '나'는 이제 상상하기 힘들다. 그 시절 왜 그토록 힘들어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고, 그때의 내 등을 토닥여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감정이 폭발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의심하고 자책하고 두려워하는 미숙한 부모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나는, 아니 우리는 모두 진짜 부모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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