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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Apr 24. 2020

아이 둘 키우며 여행하는 슬기로운 부부생활

우리 부부는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모두 겨울에 모여있다. 생일은 불과 4일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우리 둘다 물욕이 크게 없는 편이라 결혼기념일과 생일에 쓸 돈으로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전국을 떠돌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여행은커녕 부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아이들 위주의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서로의 상태나 기분에 대해 모르고 지나가다보니 서운함과 외로움이 쌓여갔다.


그래서 우리는 1년에 딱 한 번, 둘만의 겨울여행만큼은 반드시 지키기로 약속했다.

대신 항상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국내로.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시 그 약속은 위기를 맞았지만,

1년에 한 번, 아무리 바쁜 직장인에게도 여름휴가가 주어지는데, 하물며 24시간 풀타임 근무하는 부모에게도 일정 시간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눈 딱 감고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우리는 떠났다.


여행이란 것이 그렇다.

가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지 않는가.

직접 가서 보고 즐기는 것만이 여행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때문에 날짜를 정하고 장소를 탐색하고 먹을 음식의 맛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막상 아이를 맡길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들까지 떼어놓고 떠나는가 수없이 생각한다. 아이들이 괜히 짠하고 미안해진다. 여행지에서도 틈만 나면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전화도 수시로 한다.

남편은 가끔 묻는다.

"내년엔 애들 데리고 올까?"

노놉! 미안하지만 사양하겠다.

출발하는 차안에서 뒤돌아볼때 카시트에 앉아서 쫑알거리는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이 영 낯설기는 하지만, 1년 만에 맛보는 자유를 내손으로 반납하기에 이 여행은 너무 달콤하고 매력있다.



여행의 이유?

그런건 없어도 된다.  

어딘가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텐데,

한 번씩은 아무 노력 없이 내려놓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건강하게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

쉼표.


올해는 어느 지점에 쉼표를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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