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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May 27. 2020

똥손이지만 그럭저럭 삽니다

무엇이든 만지기만 하면 망가뜨린다거나

손으로 하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잘 하지 못할때

우리는 그를 똥손 혹은 망손이라 부른다.


똥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자신이 똥손임을 알고 자중하는 유형.

2. 자신이 똥손임을 알지만 때때로 망각하고 멈추지 않는 유형.


1번은 조심스러운 타입으로,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솔직히 밝히며 어렵다 판단되는 일에 쉽게 나서지 않는다.


2번은 위험한 타입으로, 알면서도 순간 이성을 잃고 돌진하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사람 여기 있다.

참으로 슬프지 아니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꼼지락거리는걸 좋아했다.

재주도 없으면서 왜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십자수, 프랑스자수, 뜨개질, 그림그리기, 만들기...

흥미가 생기는게 있으면 꼭 해보고야마는 성격이라

한 가지 취미를 1년이고 2년이고 어느정도 봐줄만 할때까지 했다.

노력이 일궈낸 성과라 해야할까.


하지만 그런건 취미니까 못하거나 잘하거나 자기만족 딱 거기까지였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결혼을 하고나니 살림이나 요리같은

무조건 어느정도는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자, 여자의 일로 선을 긋지는 않았지만

남편 생일에 미역국 한그릇은 끓여주고 싶었고

아이 이유식은 엄마의 정성을 담아 만들어 먹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요리를 참으로 싫어해서 결혼전에는 주방에도 잘 안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요리계의 똥손인생을 걷게 되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똥손임을 인증하고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면서도 이제는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란 사람. 포기할 때도 됐는데 심지어 재미를 붙인 나란 인간.

어디 한번 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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