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인줄 알면 적당히 하던가
작년 회사에서 답례품으로 처음 맛본,
텁텁하지만 건강 생각해서 억지로 집어드는데 2개 이상은 씹기 힘든 호두란 녀석!
정과로 만나니 이렇게 새로울수가!
대학시절 티셔츠 걸친 평범했던 선배1이,
어느날 깔끔 샤방한 수트를 입고 나타나 남자가 된,
남편같은 호두정과.
사먹으려니 파는데도 마땅찮고 비싸서 잊고 있었는데
직장 동료가 초간단 레시피라며 소개해준 덕에
집에 있는 호두로 실험을 시작했다.
'평소 요리 분야에서 심각한 똥손을 자랑하는 나니까
나는 그런 나를 잘 아니까
욕심내지말고 조금만 해보자.'
<초간단 호두정과 만드는 법>
1단계
호두를 끓는물에 3분쯤 데치고 물기를 뺀다.
2단계
달달구리한 것들(꿀,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 올리고당 등등)과 내가 좋아하는 시나몬가루를 넣고 끓어오르면 호두를 넣고 뒤적인다.
3단계
에어프라이기 160도 10분씩 3번쯤.
10분마다 뒤적여준다.
세상 쉬운 레시피에 달달+시나몬 최고의 조합에
윤기가 자르르 흘러내리는
도저히 맛없을 수 없는 호두정과가 탄생했다.
여기까지만 했어야했는데...
그동안 고마운 분들께 보은도 하고
엄마의 요리에 방청객처럼 환호해준 우리애들도 실컷 먹여보고자
다음날 대형마트에서 호두 1.5키로를 추가 구입.
호두를 반쯤 덜어서 물이 팔팔 끓는 큰 냄비에 넣었다...가
이왕 하는거 더하지 뭐. 하며
그래. 나머지 반을 더 넣었다.
두 번에 걸쳐 끓이고 프라이팬에 뒤적였다.
여기서 잠깐,
우리집 에어프라이어로 말할것 같으면
친정엄마가 세탁기를 살때 끼워준 사은품으로,
한때 줄서서 구입하던 유명한 대형마트 에프의 바스켓 안에 쏙 들어갈 만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이 에프 덕분에 나는..
아주 쉽게 1,2단계를 마치고 네버앤딩 3단계 여정을 시작하게되었다.
사실 다음날 매우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이미 달달구리에 굴려놓은 호두는 끝내야했기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수가 없었다.
3시간에 걸쳐 만든 호두정과의 맛은..
맛있을 수밖에 없는 재료의 조합 덕분에 맛있었다.
선물포장도 그럴듯 했다.
뿌듯함과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얼마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닭갈비의 양을 가늠하지도 않은 채
봉지채 거꾸로 뒤집어 몽땅 넣고 고구마, 양배추, 파, 깻잎 등 부재료까지 넣었다가 며칠동안 닭갈비만 먹은 적도 있었다.
나중에 보니 4~5인분이었다는..
요리계의 똥손임을 망각한채 한번씩 대책없이 큰손이 되어
OO 지옥에 빠진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 나 똥손이었지..
까먹지좀 말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