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는건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증거라고.
- 쟤는 왜 저런 말을 하지? 누가 알아준다고. 정말 이상해.
- 부장님 참 이상해. 왜 상사들은 하나같이 이상하지?
- 요즘 신입들 이상한 문화가 있어. 왜저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
그 말이 어쩌면 맞는 말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몇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말들이므로.
근데 그 말에 공감은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전에 없던 겸손함을 장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만큼 살아보니,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나의 무지와 옹졸함, 섣부른 판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3때는 취업 고민에 빠진 대학생을,
돈이 없는 대학생 시절에는 돈없다고 말하는 직장인을,
연애휴식기에는 결혼을 앞두고 다투는 예비부부를,
임신해서 건강한 아이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을 때는 아이의 교육문제로 고민하는 선배부모를
그 때의 나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것은 그 시기를 몸소 겪어내며 이해하고 깨닫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보니
- 저 사람은 저 위치에서 저럴 수밖에 없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 저 친구가 저렇게 말하는건 그 마음 속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지
내가 남의 인생을 속속들이 다 아는게 아니고 그런 남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렇게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내 상황이나 속사정 때문에 타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리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유연해졌다고 할까.
나도 그들도 '다른' 것이지 '이상한'것이 아니므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절대적으로 '이상한' 사람은 논외로 한다.)
어쩌면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자하는 방어기재가 더 폭넓게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남의 말 쉽게 하지 말고, 이해하려 너무 애쓰지 말고, 넘겨짚어 오버하지 말고, 별일 아닌것에 크게 마음쓰며 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이들어가는 중이다.